고이즈미의 대북협상 자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간의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개최되어 양국간의 중요 현안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아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의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하여 내달부터 국교정상화 교섭의 재개, 식민지 사과와 경제협력 실시, 일본인 납치 사과와 재발 방지, 핵 국제합의 준수와 미사일 실험 중지를 발표하였다. 이번 협상 결과는 당초 일본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은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한 상황에서 이루어 졌기 때문에 회담 결과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은 미국·일본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까지 한·미·일 3국은 대북 정책 수행에 있어 공동보조를 취하는데 상당한 이견이 있었으므로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결과로 이런 이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주도권을 가지고 3국간의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하여 북한으로부터 일본인 납치를 인정함과 동시에 사과를 받아내고 또한 재발 방지 약속까지 받음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물론 일본 국내에서는 다수의 납치 인사들이 사망한 사실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며 분노하고 있으나, 일본 역대 어느 총리도 진상을 규명치 못하고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고이즈미 총리의 대담하고 냉철한 협상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이번 북·일정상회담을 철저하게 실무적인 자세로 임해 주목을 끌었다. 물론 남한의 지도자가 북한의 지도자를 대하는 태도가 일본의 정치인과는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외국과의 정상회담시 대규모 군중 동원과 깜짝 행사를 통하여 요란한 정치적 쇼를 위주로 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유도하는 사회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냉정한 협상 자세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대북협상 자세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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