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에게 묻는다

민주당 분당 사태는 예견했던 일이긴 하나 개의할 이유는 없다. 자기네들 당내 사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씨의 말과 행동엔 관심이 없을 수 없다. 당의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노후보에게 갖는 관심은 이른바 반노파 배척, 친노파 지향의 마이웨이에 있는것은 아니다. 이 역시 노 후보의 개인 사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더욱 바짝 드러내는 진보주의 성향은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것’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질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진보세력의 영입을 언급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정당성을 적극 변호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일찍이 그 자신이 말한대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란 게 단순히 정책상 관념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있다. 즉 노 후보는 김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노골적인 대북 접근을 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는 우리의 의문에 시인 또는 부인중 어느 쪽인지 궁금하다.

노 후보는 이밖에도 모든 것이 투명해야 하는 대통령 후보의 입장에서 국민에게 분명하게 밝혀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남북관계에서 통일관은 무엇이며 북측의 고려연방제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는지도 알고싶다. 또 지금 몸담고 있는 민주당의 정강정책은 틀림 없는 보수정당이다. 보수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진보주의를 표방하고 나서면 당의 존립 기반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국내 진보정당으로는 이미 대통령 후보까지 낸 민주노동당이 있다. 미군철수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노 후보의 진보주의 생각이 서로 같은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어떤 것인지도 밝힐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당 부분을 노 후보가 훼손하려 할지도 모를 것으로 보는 세간의 의혹은 이유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

남의 충고를 듣지않는 고집불통으로 소문난 것은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가므로 우리가 탓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에 둔사로 여전히 호도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책임있는 대통령 후보의 자세가 아니다. 노 후보는 국내에 보수, 진보의 양당제가 바람직하다고 피력한 적이 있다. 그럼, 민주당은 앞으로 노 후보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변질된다고 보아도 수긍할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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