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까지 ‘김일성 찬양’의 전단이 뿌려진 것은 충격이다. ‘우리 민족의 건국시조는 단군이지만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이십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창건자이시며 영원한 태양이신 김일성 주석님’이란 문구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김 주석 찬양 발언이 담긴 전단이 29장이나 발견됐다. 김 주석의 컬러 사진까지
실렸다.
엊그제 오후 4시께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대낮에 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의원회관으로 통하는 보도와 잔디밭 주차장 등에 뿌려진 것으로 보아 계획적인 살포로 판단된다. 전단엔 ‘백두성회’라는 단체이름이 적혔다. 지하조직임이 거의 분명하다. 국회 경비의 허술함을 지탄하면서 이제는 나라의 심장부까지 파고드는 적색 침투공작에 전율을 느낀다.
북측의 직접 소행이라고는 생각되진 않는다. 고첩이거나 동조 세력의 소행임이 거의 틀림이 없다.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장에선 인공기가 펄럭이고 북측 선수단뿐만 아니라 응원단까지 대거 와있다. 경의선 비무장지대(DMZ)에선 지뢰제거 작업이 한창이다. 신의주 경제특구의 1국2체제 추진으로 중구난방의 전망이 나오는 판이다. 이 미묘한 시점에서 발생한 국회의사당 김 주석 찬양 전단은 남남갈등을 부추기에 충분하다. 이같은 자생적 남남갈등은 바로 북측이 노리는 대남 전략 노선이다.
남한엔 엄격한 인권을 요구하면서 북의 인권 유린에는 무척 관대한 친북세력들에게 항상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어떤 형태의 통일을 바라는가 하는 정체성에 대해서다. 남한의 자본주의를 매도하는 친북세력은 ‘위대한 수령’이 창건한 ‘사회주의 조선’이 체제의 모순을 해결하다 못해 신의주 경제특구로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고싶다.
우리는 통일에 앞서 평화공존을 위해 북측이 잘 되기를 희망할 뿐 힐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상호신뢰의 정착은 아직 멀다고 보아 평화공존을 위협하는 교란 책동에는 그것이 누구의 짓이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부당국은 국회의사당까지 백주 대낮에 불온문서가 침투한 사실에 책임을 통감하고 살포된 경위를 기어이 규명해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불신해소를 위해서라도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판단인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