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년

개구리 소년

白山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던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개구리 소년’ 5명 가운데 4명이 결국 유골로 돌아왔다. 동네서 3.5km 가량 떨어진 와룡산 중턱 해발 400m 지점에서 유골은 서로 엉킨 채 흙더미에 묻혀 있는 것을 도토리 줍던 50대 남자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그간 연인원 32만여명이 수색에 나섰음에도 지척에 두고 찾지 못했던 의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역시 의문은 또 있다. 5명 중 1명의 행방이 우선 궁금하다. 왜 뒤엉켰으며 흙더미는 뭣인지도 알 수 없다. 타살이든 사고사든 참혹하고 비통스런 일이다. 다른데서 타살당해 무더기로 유기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경찰은 사고사로 추정하고 있다. 또 1명의 유골이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보고 부근을 계속 수색 중이다.

와룡산 중턱은 보통 야산이 아닌 산중이다. 산속에서 길을 잃은데다 두려움은 더하고 배는 고픈 가운데 3월이어서 엄습하는 한기에 견디지 못해 서로가 몸을 의지한 체온으로 버티다가 추위에 지쳐 숨졌을 지 모른다. 어쩌면 흙더미에 깔려 생매장 당했을 수도 있다. 사태난 흙더미는 더많이 무너져 있던 것이 지난번 비로 많이 씻겨 내려가 비로소 발견이 가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엔 ‘개구리 소년’ 아들을 찾다가 지친 어느 아버지가 병을 얻어 한을 풀지 못한 채 숨졌다. 유골 발굴 현장을 지켜보던 한 어머니는 아들의 옷을 보고는 “내가 사준 체육복인데…” 하면서 통곡을 터뜨렸다. 소식을 몰랐을 적엔 생사라도 알았으면 했던 부모들이다. 그러나 주검으로 돌아온 이 마당에서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나마 유골을 수습하여 어린 원혼들을 달랠 수 있는 것도 불행중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아쉬운 것은 그 깊은 산중에 들어가도록 말리는 어른 1명이 없었을만큼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정확한 사인은 더 두고 보아야 겠지만 아무튼 ‘개구리소년’들의 주검이 안타까운 것은 다같은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너무 가엽기 때문이다. 허무한 것은 부모들 뿐만이 아니다. 지켜보는 우리들도 같은 심정이다. 남의 아이일지라도 위기에 처하면 관심을 갖는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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