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잡은 두손 놓지 말자, 형제여’

한반도의 동남단 항구도시 부산에서 마침내 남북한이 손에 손을 맞잡았다.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 42개 아시아 국가 선수들이 방사형으로 도열한 가운데 맨마지막에 입장한 남북한 선수단은 남색 재킷에 아이보리색 바지와 스커트로 복장을 통일하고 한마음, 한 뜻으로 한민족의 단결을 전 세계에 알렸다.

남북한 합해 600명의 선수단은 ‘코리아(KOREA)’가 선명하게 새겨진 청사초롱의 뒤를 따라 공동기수 황보성일(한국 남자핸드볼)과 리정희(북한 여자축구)가 흰바탕에 파란 색깔의 한반도기를 좌우로 힘차게 흔들며 주경기장에 입장, 6만여 관중들의 우뢰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반도기 뒤에는 유홍종 한국선수단장과 방문일 북한선수단장이 흐뭇한 미소로 두 손을 높이 들었고 남과 북 선수나 임원 할 것 없이 따뜻한 손길을 주고받으며 진하디 진한 한 핏줄임을 확인했다.

90년 통일축구를 시작으로 91년 탁구와 청소년축구 단일팀 등으로 꾸준한 스포츠 교류를 이어왔던 남북한이 국제대회 개회식에 동시입장한 것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의 남북한 동시입장은 북한이 분단이후 최초로 남쪽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해 의미를 더했고 ‘만경봉-92호’를 타고 온 북한응원단까지 주경기장에서 남쪽 관중들과 호흡을 같이 했다.

한편 이날 개회식 성화 점화에서도 84 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심판(동아대 교수)과 96 애틀란타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계순희 선수(북한)가 백두·한라산에서 채화돼 합화한 성화를 성화로에 점화해 남북 화해의 무드를 다시한번 반영해주었다.

개회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메달레이스에 돌입하면 남과 북은 흩어져 다시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부산에서 이루어진 남북한 선수들의 동시입장은 스포츠를 통한 통일의 중요한 발걸음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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