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좌파로 가면?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대책위원회가 어제 가동함으로써 향후의 당 운영은 사실상 노 후보가 장악하게 됐다. 노 후보 역시 “민주호의 선장”을 자칭, 당의 적통 후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노, 비노파들이 구성한 ‘범여권후보 단일화 추진기구’가 이미 구성돼 있다. 서로가 자기들 갈대로 가는 형상이어서 골은 돌아서기 어렵도록 깊어졌다.

한화갑 대표 또한 비록 노후보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은 했으나 정몽준 의원과의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 노 후보의 부담이 되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성공한 예가 없고 더욱 자신의 후보 사퇴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게 노후보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민주당은 노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진영이 당의 정통 세력으로 부각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대목이다. 노후보 그도 좌파 성향일 뿐만 아니라 친노세력 가운데는 학생운동, 재야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변질을 의미한다.

유럽의 좌파는 진로에 여러가지 길을 모색하였다. 블레어는 좌파 이데올로기에 신자유주의를 접목하였고, 슈뢰더는 제3의 길, 조스팽은 정통사회주의에 중산층 역할을 강조하는 신사회주의 노선을 지향하였다. 노 후보는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진보주의자면서도 범진보세력을 제휴치 못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주의자인 권영길 민노당 대통령 후보는 노 후보를 가리켜 김대중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계승자라며 자신은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는 것으로 차별화 한다고 말한다.

북측의 위협에 대한 인식은 한국적 진보와 보수의 잣대가 된다. 진보주의자는 위협이 없다고 말하고 보수주의자는 위협이 상존하는 것으로 본다. 노무현 민주당의 좌파성향은 민주노동당과 어떻게 다르며 대북 인식에는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 지, 그 실체를 국민에게 분명히 밝히는 것이 후보의 자세다. 노 후보가 선대위 출범식에서 “분명한 철학과 원칙으로 국민과 함께 갈 것”이라고 했으면서 그 철학과 원칙이란 것을 은둔 시킨 것은 유감이다. 선대위 중심의 친노 세력에 진보 성향 인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그럼 이들도 당의 변질을 추종하는 것인지 정치 신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누구보다 한 대표는 그 핵심에 서 있다. 더 이상의 모호한 처신은 국민이 보기에 좋지 않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