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山
조선조 태종2년(1402년)에 제작된 ‘혼일강리역 대국도지도’는 한국사 최초의 세계지도다. 한·중·일과 중앙아시아, 유럽, 아라비아반도, 아프리카 등까지 큰 손색없이 그려졌다. 다만 대양주와 남미·북미만이 제외됐다. 이같은 사실은 권근(權近)의 양촌집(陽村集)에 전한다.
석굴암 건축에는 피타고라스정리가 실용화 됐다. ‘직각 삼각형의 빗변을 한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는 각각 다른 변을 한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의 합과 같으며 이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 피타고라스정리다. 석굴암은 입체기하학의 원리까지 활용한 걸작이라고 수학자들은 말한다. 태풍에 대한 관측도 삼국시대부터 이미 시작돼 고려∼조선조까지 계속됐다. 풍속, 풍향 등에 실험적 관찰이 있었다. 옛 기록에는 태풍을 풍이(風異)라고 불렀다. 다만 그 강도에 따라 나무가 뽑힐 정도의 풍이는 대풍, 이보다 더 강한 풍이는 폭풍이라고 했다.
전통한옥은 지진에 강한 매우 과학적이라는 실험 평가가 나왔다.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가 얼마전 지진시뮬레이터에 의해 전통한옥 기와집에 대한 인공지진 실험에서 7.0 강진까지 거뜬히 견뎌내는 것을 확인했다. 무거운 기와지붕을 받치는 튼튼한 목재 구조가 지진 에너지를 분산, 흡수하는 내진설계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기와집의 전통한옥이 아닌 초가집, 토탐집은 경우가 다르다. 8세기 중엽 신라 혜공왕
때 일어난 지진 기록 중 ‘땅이 흔들리고 민가가 무너져 깔려 죽은 자가 100인이나 됐다’는 대목이 있다. 여기서 말한 민가란 초가집, 토담집을 말한다. 남산골(양반촌)에서는 기와장이 떨어졌다고만 기록됐다.
전통한옥은 이처럼 지진에 강하다. 지금의 시멘트 블럭집이나 벽돌집보다도 더 안전하다. 시멘트 구조는 누르는 힘엔 잘 견디지만 흔드는 힘에는 약하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이토록 과학적인 생활을 했다. 비록 세계일주는 못했어도 세계지도를 그릴 줄 알고, 피타고라스정리가 뭣인지는 몰라도 실용화 할 줄은 알고, 기상학은 몰랐어도 태풍을 관측했으며, 지진의 원인은 몰라도 내진설계는 할 줄 알았다. 이는 이론과학이
아닌 경험과학의 지혜였던 것이다.
전통한옥은 건축미도 운치가 있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도록 된 구조적 특징이 또 있다. 한옥의 광(廣)은 훌륭한 냉장고 구실을 했다. 전통한옥이 점점 사라져 좀처럼 보기가 어려워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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