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병풍수사, 더 이상 뭘하나?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아들에 대한 병역면제 의혹사건은 지대한 관심사였다. 의혹이 사실이면 이 후보가 말한대로 후보사퇴는 물론이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집요한 수사를 인내를 갖고 기다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그동안 검찰은 뭣때문에 이에 4∼5개월 동안이나 과다 집중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의 맏아들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두고 뇌물거래를 주장해온 김대엽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은 그냥 간과할 일이 아니다. 녹음 테이프가 김씨 주장과는 달리 사후 녹음되고, 병역 기록표는 관련자 조사결과 모두 해명되고, 대책회의란 것에 비리은폐의 구체적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면 어떤 결단이 요구된다.

검찰은 이 사건에 100여명을 조사하고 30여명의 계좌를 추적조사 했다. 이러고도 혐의점을 찾지 못했으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간의 저인망식 수사는 설사 혐의점을 찾았다 하여도 기법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하물며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검찰권의 남용 부분에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집권 여당의 청부 수사라는 비난을 모면할 수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권에 병풍공방의 빌미를 더 제공하는 정치검찰이 되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그간의 수사결과를 국민에게 공표해야 할 막다른 시점에 와있다. 아울러 김씨에 대한 검찰의 시각 또한 주목된다. 김씨가 수사지휘를 한다는 세간의 소릴 들을만큼 그에 의존해 왔다. 이제 그게 아니라면 김씨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그 배경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 검찰의 책무다.

국가 기관의 중추인 검찰력이 낭비된 것은 검찰의 권위를 위해서도 결코 묵과할 일이 못된다. 검찰권의 훼손을 김씨로 인해 가져온 이 마당에서는 더 말할 게 없다. 이 후보를 사퇴시킬 만한 혐의점을 병역면제 의혹에서 찾지 못했으면 더 이상 의혹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사건은 이제 마땅히 반전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 본란의 판단이다. 많은 국민은 그래도 검찰을 신뢰하고 사랑하고자 한다. 검찰고유의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인 것이다. 이에 부응하는 향후의 조치가 무엇인가를 잘 헤아리는 형안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자 한다. 정권은 언제나 유한하여도 검찰은 언제나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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