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든다. 37억 아시아인의 잔치다. 44개국 9천9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1951년 11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뉴델리대회를 시작으로 출범한 이래 역대 최대의 규모다. 이런 공식 국제 스포츠 행사가 성가만큼 국내에서 좀처럼 뜨지 못하고 있다. 일찍이 1986년 제10회 서울아시아경기대회를 치렀다. 이태 뒤엔 서울올림픽을 또 치렀다. 지난 6월엔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가졌다. 두번째 갖는 대회에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빅 이벤트를 경험한 탓인지 이번 부산대회는 마치 동네 체육대회 보듯이 하는 감이 없지 않다.
1970년대에 MBC스포츠가 독일의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를 녹화중계하면서 한동안 국내 축구의 맛을 가게한 적이 있다. 근래에는 박찬호 투수가 활약하는 미국 프로야구의 메이저리그가 TV중계 돼 국내 프로야구에 맛을 잃은 팬들이 적잖다. 수준 높은 스포츠 중계는 스포츠 발전의 긍정적 면이 있는 반면에, 이처럼 관객의 눈 높이를 높여 식상케 하는 부정적 면도 있다.
부산 아시아드가 비록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해서는 게임이 화려하지 못할 지 몰라도 ‘아시안 올림픽’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시아드에서 두각을 내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내지 못한다. 또 아시아 스포츠의 세계무대화에 요람이 되는 모든 아시아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아시아경기대회는 1930년 중반에 중단된 극동선수권대회와 서아시아 경기대회를 통합 부활한 유서깊은 아시아인의 뿌리가
담겼다.
아시아드는 결코 수준 낮은 스포츠가 아니다. 특히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 격투기는 아시아 제패가 곧 세계 제패로 이어진다. 구기종목에서도 이런 게 적잖다. 양궁같은 기록경기 역시 아시아무대가 바로 세계무대다. 양궁만이 아니다. 미국 선수가 10년이나 보유한 남자 평영 200m 기록을 일본 선수가 깨면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은 아시아인에겐 절벽이었던 수영의 세계무대 도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워 주었다. 부산 아시아드는 이밖에도 세계신기록 및 타이기록이 속출하고 있다.
평양의 미녀군단 응원만이 화제가 아니다. 국내외의 부부, 연인, 형제선수들 간의 아름다운 경기비화 또한 만발하고 있다. 오는 2004년에는 아테네 올림픽이 열린다. 이를 염두에 두면서 주말의 아시아드 게임을 관전하는 것도 흥미가 있을 것이다. 각 방송사의 TV 중계부터가 인색하다. 그렇고 그런 드라마를 크게 줄이고 아시아드 실황중계를 대폭 늘리는 편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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