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세계의 모든 언어 가운데서 가장 과학적이요 문화적인 문자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문화 유산으로 정하고 세종대왕 탄신일을 ‘세계문맹퇴치의 날’로 정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입증이 된다.
우리말을 맛과 향과 결을 살려 그대로 글로 옮겨놓을 수 있는 것은 이 지구상에서 오직 한글뿐이다. 그러나 한글은 정작 한국에서 홀대를 받고 있어 국민적 각성이 절실하다.
우선 정부부터 공휴일이 너무 많아 경제발전에 지장을 준다고 그 많은 공휴일 가운데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일반 기념일로 격하시켰다. 5급이상 공무원 임용시험 과목에서 국어가 빠지는 지경이 되었다. 영어 못하는 것은 부끄러워 하면서 우리글 제대로 못쓰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더구나 인터넷과 통신의 게시판 및 대화방, 휴대전화 문자 전송 등 통신언어에서 왜곡되는 한글 오염은 심각한 수준의 도를 넘어섰다. 통신언어 대부분은 맞춤법 규정과 다르게 소리나는 대로 적고 의도적으로 바꾸는 등 해괴한 방법을 통해 한글을 파괴하고 있다. 초기에는 빠른 입력과 친근감 표시 등을 위해 자모음 일부를 변형 또는 줄여 쓰는 형태변이형, 새말형, 의미전이형 등을 주로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글자 띄어 쓰기, 한글 자모·한자·일본어·특수문자 등 입력 가능한 모든 글자와 기호를 마구 조합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이른바 ‘외계어’까지 등장했다. 통신 이용자들이 통신 공간을 마치 무법천지인 것 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20000만(이만’), ‘듀그(죽어’), ‘랴됴(라디오)’ 등의 형태변이형이 있는가 하면, ‘냉텅텅(내용없음’)‘럽하다(사랑하다) 등 새말형이 있다. 일부 학생들은 무의식중에 시험지 답안 등에도 변형된 언어를 쓰는가 하면 심지어 성인들마저 일상 대화에서 ‘안뇽(안녕) ’, ‘어솨요(어서 오세요)’등 통신언어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왜곡된 언어는 국어의 파괴와 청소년의 언어 정체성 위기 등을 초래한다. 한글을 존중하고 무분별한 통신언어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문법교육을 강화하고 국어교육 속에 통신 언어와 관련된 내용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특히 통신 운영자들의 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가정과 직장 등에서도 교육을 강화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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