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패트롤/안산 상록수 최용신 묘소 옆 약혼자 묘소 논란

소설 상록수의 여주인공 채영신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최용신(崔容信·1909∼1935년) 선생 묘소를 둘러싼 주민간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에 따르면 함경남도 문천군 덕원면에서 태어난 최 선생은 YMCA의 농촌교사로 지난 1931년 화성군 반월천 천곡리(현 안산시 사동)에 파견돼 26세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다.

최 선생의 유해는 선생이 활동했던 안산시 본오동 샘골마을 상록수공원에 안치됐으며 바로 옆에는 선생의 약혼자인 김학준씨의 묘소가 추후 조성됐다.

김씨는 병석에 누워 있는 최 선생을 극진히 간호했고 최선생 사망 후에는 한글학회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는 이후 다른 여인과 결혼, 자녀를 뒀으나 “옛 사랑 최용신의 옆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가족들에게 남겨 1975년 사망과 함께 최 선생 묘소 바로 옆에 안치됐다.

이에 대해 김씨의 묘소가 최 선생 바로 옆에 조성된 근거에 대한 찬반양론이 지역사회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김씨 묘소를 이장해야 한다는 측은 “많은 사람들이 최선생에 대해 처녀의 몸으로 봉사활동을 하다 숨진 분으로 알고 있는데 바로 옆에 남편의 묘가 있는 사실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며 “ 최 선생이 김씨와 약혼을 했다는 증거자료도 충분치 않고 다른 여인과 결혼, 자녀까지 두고 있는 마당에 최 선생 옆에 묻히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찬성하는 측은 “김 선생은 암울했던 시대 한글학회 등에서 활동한 선각자였고 최 선생을 끝까지 지켜준 약혼자이어서 당연히 함께 묻힐 자격이 있다”며 “30년 가까이 존속돼온 묘지에 대해 이장 운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김씨 묘소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건 사실이나 김씨는 최 선생과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최 선생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의 묘소를 굳이 이장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선생은 지난 1931년 10월부터 사망 직전까지 안산시 샘골마을에서 문맹퇴치 등 농촌계몽운동을 펼친 역사적 인물로 정부는 1995년 최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하고 독립유공자로 지정했다.

최 선생의 모교인 루씨(樓氏) 여자보통학교와 루씨 여자고등학교 동문, 최 선생이 활동했던 천곡교회는 지난 74년 11월 묘소 주변에 기념비를 세웠으며 시는 묘소 주변을 향토유적 제18호로 지정했다.

/안산=김재홍기자 kimjh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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