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에 노는 날로 시비삼는 이 정부

세계 주가와 함께 증시가 동반 폭락하면서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 둔화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부동산 거품이 걷히면서 소비가 위축돼 걷잡기 어려운 불황이 전망된다. 가계대출의 부실이 가져올 후유증도 적잖다. 성장둔화와 물가상승이 예견된다. 여기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본격화하면 작용될 유가 급등등 설상가상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사정이 급박한데도 정부는 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고작 미봉책에 급급한다. 국민 사회엔 점점 더 불안감만 확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이토록 어려운 판에 정부가 주5일 근무제 입법을 졸속으로 서둘러 재계와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불황 타개책보다 노는 문제를 앞세워 분란만 부채질 하는 것이 이 정부다.

연간 휴일수가 136∼146일로 늘어 선진국의 평균 126.8일보다 많고, 첫 시행시기를 2005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 등이 재계의 주장이다. 이에비해 노동계는 3년내 주5일제 도입 완료, 임금보전 등을 요구하면서 역시 정부 최종안에 반발하고 있다.

규제개혁위 민간측 위원인 김대모 중앙대 교수가 정부의 최종안 개악에 이의를 제기, 사퇴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산업여건의 성숙도에 따라 시행시기를 재조정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최종안은 20∼50명 사업장은 2007년 7월, 20명 미만은 2010년까지로 시기를 앞당겨 개악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노동문제 전문가다. 성장이 없으면 분배도 없다. 분배가 없으면 삶의 질 개선도 있을 수 없다. 노는 날이 많다 하여 무작정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5일 근무제는 선진국 제도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노는 날을 늘리기에 힘쓰기 보다는 선진국으로 가는데 힘을 더 모아야 할 때다. 이런 시기에 선진국보다 더 앞서는 주5일 근무제 모방으로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 최종안의 국회 상임위 심의에 맞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잇다. 경제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실정에서 노는날 늘리는 것을 앞당기지 않으면 파업하겠다는 노동계의 빌미를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이 정부다.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간에 주5일 근무제를 관철할 요량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졸속법안의 통과를 서둘고 있지만 당치않다. 추진하더라도 노·사·정의 원만한 합의하에 해야 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정부안은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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