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하나 없는 고양동의 경우

주민 2만여명이 살고 있는 지역에 중·고등학교가 한 곳도 없다면 분명히 잘못된 교육행정이다.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올초 새학기를 앞두고 인근 다른 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거나 강당 등에서 수업을 하는 등 학교와 교실이 부족한 것은 도내 전역이 비슷하지만 최근 학부모들의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고양시의 경우는 너무 심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구파발과 인접한 신흥 아파트 개발지역인 고양시 고양동 일대는 소규모 아파트 개발로 학교부족난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5천여가구가 거주하던 고양동에 1997년부터 공동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 아파트 5개 단지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7천500여 가구, 2만여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초등학교 하나만 있을 뿐 5년이 되도록 초·중·고등학교가 하나도 신설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고양동 지역 중학생들은 관내에 중학교가 없어 인근 관산동·삼송동 등지의 중학교에 다니고 상당수 학부모들은 통학시간이 비슷하고 교육여건이 나은 서울의 중학교로 자녀들을 편·입학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고양동의 학교실태는 관내 유일한 초등학교인 고양초등학교의 학년별 학생수만 봐도 알 수 있다. 1학년은 383명(9개 학급)이지만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전학자가 많아 6학년은 242명(6개 학급)에 불과하다. 반면 고양동보다 인구가 적은 중산지구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2개, 고등학교도 1개가 있다.

고양동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신도시 지역과 교육환경을 비교해볼 때 같은 세금을 내고 사는 고양시민으로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도시계획 과정에서부터 세워졌어야 할 학교가 아직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면 무성의 ·무계획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고양동 주민들과 고양환경운동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 고양지역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2004년 중학교 개교는 사실 너무 늦다. 2003년도 3월에 개교할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 7천500여 가구에 인구 2만여명이 살고 있는 지역에 초등학교 1곳, 중·고등학교가 전무하다니 교육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하다. 고양시와 고양교육청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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