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山
송이버섯은 주로 적송의 잔뿌리에 균근이 형성된다. 특히 화강암이 풍화된 흙을 좋아한다. 이즈음 송이버섯이 귀한데는 여러가지 이유 중 이런 것도 있다. 낙엽이 채취돼야 일조량이 많아지는 등 발생조건이 좋아지는데 전과 같이 낙엽을 연료용으로 긁어내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균근이 싹을 틔우지 못한다. 탄수화물 등이 풍부해 예부터 채중선품 ‘菜中仙品’이라고 했다. 향기와 촉감이 무척 좋다. 날로 먹어도 맛이 있지만 구워먹으면 혀에 닿는 감칠 맛이 육류보다 더 좋아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운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송이버섯 때문에 적잖게 곤혹스런 것 같다. 지난달 17일 북·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선물로 받은 송이버섯 때문이다. 자그마치 300상자나 된다. 순안공항을 이륙하기 직전 북측 외무성 관계자가 갑자기 ‘장군님 선물’이라며 떠 안기다시피해 할 수 없이 받았던 것 같다. 이런 사실이 일본 국내에서 뒤늦게 알려지자 “일본 국민의 납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선물 받을 마음이 있었더냐”는 비아냥이 드높아진 것이다. 이에 고이즈미는 “상대에 대한 입장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고 응수하면서도 송이를 나눠 먹을 수도 없고 해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고 보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2000년 6·15선언 이후, 이쪽 신문사 발행인들이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통일은 내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도 그 때 김위원장 한테서 나온 얘기다. 일정에 따라 북쪽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땐가, 돌아와선가 아무튼 김위원장의 선물로 송이가 발행인들에게 각기 전해졌다.
그러고 보니깐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송이선물이 비단 신문사 발행인들에게만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 평양을 방문한 정부 요로와 다른 민간인들에게도 송이선물이 있었을 법 한데 그런 뒷 이야기는 전혀 없다. 물론 안받았을 수도 있지만 받았다고 굳이 탓할 일도 아니기 때문에 궁금해진다. 가을철 송이는 아주 맛이 제격이다. 지난 추석 때도 송이 세트는 수십만원을 했을 만큼 진중한 식품이 됐다.
그러고도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 고이즈미가 받은 송이버섯 300상자를 불태웠을 것이라는 일부의 보도가 또 전해졌다. 만약 소각설이 사실이라면 외교상의 분쟁이 될 수도 있다. 그 좋은 송이버섯을 두고 고이즈미의 입장이 이상하게 꼬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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