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밝혀진 북측의 핵무기 개발계획 시인은 미국의 켈리 특사가 이달 초 방북시 강석주 제1외무부상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어 한국을 방문한 켈리 특사를 맞은 정부는 최대 관심사인 핵문제에 대해 핵관련 합의사항 준수를 재확인한 것으로 발표했었다.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북의 핵무기 개발을 실제로 확인하고도 이처럼 숨긴 이유가 뭣인지 석연치 않다.
핵무기 개발은 단순 프로그램이 아니다.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비밀 프로그램으로 이미 핵무기 2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수준이 됐다.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1994년의 제네바 합의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이 오래 전에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도 비밀계획을 추진하면서 북·일정상회담에서까지 ‘합의사항 준수’를 입에 담았다.
북측의 핵무기개발계획 시인이 자발적이 아니고 켈리 특사가 제시한 결정적 증거를 마지못해 인정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대화를 통해 해결할 의지가 있기보다는 그 반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핵비확산협정(NPT) 등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핵위기 파장은 북·일국교수립회담, 북·미회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다. 신의주특구 등 시장경제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남북간에 철길과 도로가 뚫리고,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과 미녀군단이 왔다고 해서 평화가 정착된 것은 아니다. 남북간에 잇따라 대화를 하면서도 서해도발을 일삼고, 핵개발 중단 약속을 어겨가며 핵무기를 비밀로 만들어온 북측을 신뢰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 켈리 특사가 평양을 떠나기가 바쁘게 노동신문은 ‘위대한 선군사상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전진하는 우리혁명 위업은 필승불패이다’라는 이례적 장문 제목의 논설을 발표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상의 방법은 북측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적 핵사찰을 즉각 수용하고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길이다. 이러지 않고 더 이상 고집하거나 미사일 실험발사 재개 등 다시 벼랑끝 전략으로 나온다면 한반도는 불행한 사태에 휩싸일 공산이 높다.
이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의 여전한 핵무기 개발로 노정된 것은 심히 유감이다. 켈리 특사가 확인한 핵개발을 알고도 국민에겐 그간 밝히지 않은 이유가 혹시 부산경기의 북측선수단 및 응원단을 배려한 것 때문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문도 든다. 정부는 독자 채널로 북의 진의를 확인하고, 아울러 한·미·일간에 긴밀한 공조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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