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매매방지법 있어야

올해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수가 2천565만명으로 인구의 58%에 이르렀다. 이렇듯 급속한 정보화의 진전은 문명의 이기를 만끽하는 반면 적잖은 부적응과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사고가 그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상이나 각종 기관에서 발송하는 우편물을 비롯, 일상생활에서 주고 받는 사업자등록증이나 증명서 등을 통해 알게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이 유출돼 버젓이 판매되는 지경이다.

실례로 70만원만 주면 600만개의 도메인 주소를 넘겨 주겠다는 메일이 곳곳에 수시로 등장하는 정도다. 이같이 판매되는 도메인 주소와 개인정보들이 일상생활속에서 적어낸 자신의 정보가 흘러나온 것이 대부분이어서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스팸메일)이 매일 수십개에서 수백개씩 날아들고, 청소년들에게 낯뜨거운 성인용 사진이 무분별하게 전송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는 물론 물적·정신적 피해를 주는 사례가 급증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로 개설된 ID가 유료사이트 등에 돌아다니는가 하면 신용카드까지 발급받은 것으로 돼 있다.

최근 경찰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수배하는 전단에 적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한 중학생이 수감중인 단병호 위원장의 이름으로 사방에 음란 전자우편을 퍼트린 것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이렇게 개인정보의 판매 또는 도용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된 신고 및 상담건수는 모두 1만4천181건으로 2000년 2천297건의 6.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소비자보호센터에도 올들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 신고가 매달 50건으로 지난해 월 평균 20∼30건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피해신고 내용의 상당수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미리 파악해 벌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들어 신고된 건수 가운데 분쟁조정이나 법적조치가 취해진 것은 1천건을 밑돌고 있어 업체의 자율적 규제강화는 물론 당국의 단속과 제재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류의 개인정보 기재를 최소화하거나 유출이 확인될 경우 처벌을 크게 강화해 정보유출이 심각한 사회범죄로 인식돼야 하는 것이다. 마음만 먹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거나 해킹하면 수백만명의 개인정보를 입수할 정도로 인터넷의 개인정보는 구멍이 뚫려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범죄용으로 악용되는 것이 무엇보다 우려된다. 개인정보 유출 및 매매방지를 위한 강력한 법규 제정이 시급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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