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허풍)수사, 책임져야

우리는 병풍수사가 허풍으로 끝난 검찰의 입장에 힐난보다는 연민한 생각을 갖는다. 병풍은 근 석달동안이나 계속됐다. 예단을 배제하면서 추이를 지켜봤다. 참고인 조사나 계좌추적 또한 할만큼 했다. 유일한 증거로 제시된 테이프까지 조작된 것으로 보여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이상 병풍 주장은 허풍일 수 밖에 없다. 결과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지닌 다소간의 도덕성 흠집마저 완전히 면죄부를 준 형상이 됐다.

검찰수사를 종결하든 중단하든 간에 그간의 일을 정리해야 할 단계가 됐다. 병풍을 주도한 김대업씨가 되레 큰소리로 검찰을 비난하면서 소환에 불응하는 배경은 앞으로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민주당이 분당 사태로 치달아 그간 보여온 천용택의원의 철저한 김씨 두둔, 이해찬의원의 수사요청 발언 등을 당 차원으로 규명될지는 의문이나 이 역시 어떻게든 책임을 묻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우리가 매우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수사를 맡아온 서울지검 박영관 특수1부장검사의 입장이다. ‘병풍문건’이란 게 있었다. 우리는 이 괴문서의 실체가 뭣인지는 잘 알수 없으나 그가 문건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유감이다. 그리고 이같은 판단은 그의 개인보다는 검찰을 위해서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하는 것은 검찰 내부의 적”이라고 했다. 병풍수사 역시 이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성찰이 요구되는 것이 객관적 상황의 사회정서다. 아울러 김정길 법무부장관 또한 이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검찰의 병풍수사가 민주당의 병풍공세와 비례해 온 사실을 결코 우연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온 나라 안을 시끄럽게 했던것이 병풍수사였고 병풍공세였다. 그래놓고 아직도 미련을 갖는 검찰 일각의 생각은 오기로 비친다. 검찰사상 희대의 오점을 더 끌고 가는 것은 실로 무위하다. 더 이상은 국력의 낭비가 없어야 한다.

이젠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할 차례다. ‘아니면 말고’로 끝내기에는 검찰의 상처가 너무 깊다. 병풍수사로 훼손된 검찰의 불명예를 방치하기에는 중립성을 지키고자하는 내부의 강한 온건 기류를 위해 당치않다. 우리는 이의 책임이 김 장관에게 있다고 보면서 향후 대응 조치를 주목하고자 한다. 본란은 수차 정권은 유한하나 검찰은 무한하다고 강조해온 바가 있다. 검찰은 국민에게 신뢰와 경외심의 대상이 될 때 비로소 빛난다. 우리는 진실로 그러한 검찰을 갖고싶고 그같은 검찰상을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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