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카네기홀 공연 앞둔 윤형주씨

통기타가수 1세대인 윤형주(55)씨가 내년 7월 1일과 2일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가족공연을 펼친다.

카네기홀은 정상급 음악인이 아니면 무대를 내주지 않는 최고 권위의 공연장으로 이곳에서의 공연 여부가 실력과 명성을 가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중가수로는 조용필씨와 패티김씨가 80년대에 콘서트를 열었다.

윤씨는 오래 전부터 꿈꿔오던 소원이 마침내 이뤄지게 되자 기쁨보다는 오히려 두려움이 앞선다며 흥분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6년 전쯤 아이들이 진로를 음악으로 결정하면서부터 카네기홀 가족공연을 내심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아내에게 말을 꺼내니 처음에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번 마음먹은 일이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제 성격을 아는 터라 말리지는 않더라구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다는 판단이 들자 99년에 대관신청서를 냈죠.”

윤씨의 ‘당돌한’계획을 보고 카네기홀 관계자도 처음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윤씨의 음악 경력만으로 보면 대관을 해줄 수 있으나 자녀들은 검증되지 않은 음악인이어서 가족까지 무대에 서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씨는 자녀들이 충분히 실력을 갖췄다는 점을 설명하는 한편 한 가족이 펼치는 대중음악과 고전음악의 크로스오버 무대가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역설해 지난 5월 허락을 얻어냈다.

윤씨가 무대를 꾸밀 장소는 2천800석의 대극장인 아이작스턴홀. 막상 허락을 얻고 나니 두렵다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어떻게 넓은 객석을 모두 채울지, 미국내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과연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식구가 모두 연습에 매달려 있기는 하지만 다함께 모이기가 힘든 것도 큰 걱정거리지요.”

윤씨네는 가요계와 클래식계에서 널리 알려진 음악가족. 큰딸 선명(27)씨는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 대학원에서 뮤지컬 작곡을 전공하고 있고 둘째딸 선영(26)씨는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하는 소프라노. 막 군에서 제대한 아들 희원(23)씨와 뉴욕에서 의사로 일하는 사위 류은규(28)씨도 기타와 키보드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고 부인 김보경(50)씨의 노래 솜씨도 남편에 버금간다.

카네기홀에서 윤씨는 자신의 대표곡 ‘우리들의 이야기’를 부르고 영화 ‘상류사회’의 주제곡 ‘트루 러브’를 부부 듀엣으로 들려준다. 또한 큰딸이 작곡한 노래와 사위가 작곡한 자장가, 작은 딸의 오페라 아리아, 자매의 피아노 연탄, 부자의 기타연주, 처남 매부의 듀엣곡 등도 감상할 수 있다.

“미리 알고 잡은 것은 아니지만 내년이 미국 이민 100주년이어서 교민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더군요. 미국에서 생업과 자녀교육 때문에 고민하는 교민들에게 저희 가족이 희망의 메시지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들려주어 음악인으로 키웠습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들려주고 보여주느냐가 장래를 결정합니다.”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해비타트) 홍보대사이기도 한 윤씨는 공연 수익금 일부를 해비타트 운동 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그는 “해비타트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도 초청 의사를 전달했는데 참석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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