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6자회담의 전제

북 핵문제와 관련, 내일 가질 예정인 김대중 대통령과 대선 후보 등 6자 청와대 회담은 초당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공동인식을 함께 한 점에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이 회담이 국민에게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되는 게 있다.

첫째, 정부가 북의 핵개발 사실을 알고도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연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지난 1999년 우리 정부가 북측이 농축 우라늄 관련장비를 도입한 첩보를 입수, 미국에 알려준 것은 부동의 사실로 밝혀졌다. 비록 정보의 기초적 자료인 첩보 포착이긴 하나 핵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된 것은 이미 정부가 충분히 인지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를 무려 3년동안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우리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둘째, 제네바협정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는 북측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한 것 자체가 한반도 비핵화의 제네바 협정을 파기한 것으로 해석한다. 부시 미국 행정부의 제네바협정 파기설에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또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오는 26일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갖게될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고자 하는 신중한 의도는 능히 이해한다.

하지만 부시 미국대통령은 이미 대북 경제지원 중단 등 압박수단을 강구하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 또한 대북 핵문제엔 초강경 수로 나서고 있다. 이에 제네바 협정을 이미 깬 북측을 두고 이의 협정준수 촉구를 고집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대처방법인지 국민은 의문시하고 있다.

셋째, 정부의 향후 대북관이다. 북측은 마치 불을 질러놓고 불구경하는 식으로 핵무기개발을 시인한 뒤 추이를 관망만 하고 있다. 협정을 위반, 신의를 저버리고도 오히려 당당해 하는 북측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물론 평화적 해결은 필연적 과제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의 위반을 응징없이 기정사실로만 받아들여서는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또 벼랑끝 전술의 악순환만 되풀이 된다.

마땅히 각종 물자지원 중단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국내외의 중론에 대해 대통령의 솔직한 생각이 공개돼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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