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중 플레이의 함정

북은 대남·대미관계에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을 시인한 뒤 두드러지게 나타난 이같은 현상은 지난 날의 봉남통미 정책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핵문제는 남북간의 논의 사항이 아니고 북미간의 문제라는 게 최근 북측이 보이는 입장이다. 즉 미국의 대북 적대행위에 대한 조치이므로 북미관계에 관련되는 핵문제에 남쪽은 빠지라는 것이 북측이 시사하는 요구사항이다. 한 술 더 떠서 ‘동족끼리 힘을 모으자’고 한다. 8차 남북장관(상)급회담에서 김령성 북측 수석대표가 행한 모두 발언도 그러했다.

공동보도문의 쟁점 역시 그렇다. 핵 개발 파문에 대한 해명, 제네바 합의의 즉각적 이행 등에 남측의 명시적 입장 표명요구를 북측은 거부했다. 핵 파문에 대한 구체적 지적없이 주변정세로 야기된 문제에 대한 우려 등 추상적 표현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핵 문제의 발단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이로 인한 긴장 우려를 주변의 책임으로 전가코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핵 문제를 앞세워 미국과는 현안을 일괄 타결하고 남쪽과는 경제협력을 지속, 실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원 전술의 구사다.

그러나 북측의 이러한 이원 전술은 심히 경계가 요한다. 선 핵프로그램 포기, 후 협상의 압박을 끝내 거부하는 북은 예의 선군사상을 계속 고취하고 있다. 평양방송은 “경제는 주저앉다가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으나 군사가 주저앉으면 나라의 백년대계가 무너진다”면서 “강력한 공격수단과 방어수단을 갖춘 무적필승의 군대여야 경제건설도 평화적 조건도 마련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11월초 ‘전국 원군 미풍 열성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선 군부대 시찰을 연일 계속, 체제안정에 대한 자신감 과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무력우위의 선군사상이 북측 말대로 대미용으로만 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데에 남북관계의 본질적 문제가 있다. 언젠가는 대남용으로 전환할 것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공격 역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 반대한다. 그러나 이를 빌미삼는 북의 핵무기 무장 또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다.

이점에서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물론, 남북의 공존을 위해서도 북의 대량살상 무기 개발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론은 타당하나, 과연 대북 유화책으로 관철될 수 있을 것인지 방법을 의심하면서 추이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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