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士
白山
박사(博士)는 최고의 학자다. 전문 학술에 관하여 연구가 각별히 깊고 일정한 학문적 업적이 인정되는 학자에게 주는 지고한 학위다.
고구려의 태학박사, 백제의 오경박사가 있었다. 고려땐 사천대 등 연구기관에 박사를 두었다. 조선조에선 성균관 홍문관 규장각 등에서 박사를 중용했다.
현재 나라안에 있는 박사는 약 10만명이다. 국내박사가 7만8천여명, 외국박사가 2만2천여명이다. 박사가 많다보니 박사실업도 해마다 누증된다. 근년들어 한해에 보통 8천여명의 박사가 배출된다. 이중 약 절반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채용인원에 한정이 있기 때문이다. 박사 과잉은 인문분야에서 이공분야까지 확산돼 가고 있다. 어느 신도시 조성 현장에 박사가 잡부로 취역한 사실이 있어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정말 기막힌 현상이다.
서울대 2003학년도 박사과정 전기 모집이 정원 1천124명에 비해 960명이 지원, 지난 연도에 이어 또 미달사태를 나타낸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외국박사의 선호 경향이 있어 그러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당치 않다. 근본적으로 박사 공급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
고학력 과잉은 대학부터 시작된다. 도대체 각 시·군마다 거의 대학이 한 둘이 있는 게 좋은 현상인지 판단이 잘 안선다. 그토록 많은 고학력자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고학력 인플레이션은 국가사회를 위해 검토해볼 문제다. 투자와 가치성에 균형이 맞지 않으면 낭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사 역시 그렇다. 그 많은 투자와 고생을 해가면서 딴 지고의 학위가 국가사회에서 아무 쓸모가 없게 되면 의미가 있을 수 없다. 박사 과잉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우리 나라처럼 심각하진 않다.
일본의 어느 기계공작소 주임으로 올 노벨화학상을 탄 다나카 고이치씨는 중소기업의 평범한 월급쟁이다. 박사는 고사하고 석사학위도 없는 것은 시사되는 의미가 사뭇 크다.
박사가 제대로 대접받고 기여할 수 있는 그런 국가사회가 조속히 돼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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