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官學(장관학)

白山

청사를 떠나는 장관을 직원들은 박수로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더러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노조도 그의 사임을 아쉬워 했다.

국내 정부 부처의 얘기가 아니다. 며칠전에 영국의 교육부에서 있었던 정경이다. 장관직을 떠난 모리스 전 교육부장관은 교사 출신이다. 토니 블레어 내각의 교육부장관 재임 2년동안 교육개혁을 강력히 추진, 학생들 수학(修學) 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대입수능시험 채점 오류, 남학생의 교사 살해 위협 등 불상사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블레어 총리는 그를 불러 1시간동안 설득했으나 사의를 꺾지 않아 하루더 생각할 말미를 주었지만 끝내 굽히지 않았다. 그의 사직서 이유는 흔히 말하는 ‘일신상의 형편’이 아니라 ‘능력 부족’이라는 것이었다.

이미 신문에 난 것이지만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남긴 편지는 너무 감동적이어서 여기에 다시 옮겨본다. “친애하는 토니,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나는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했는지 알게 됐다. 나는 문제를 잘 처리하고 교사들과 잘 통했다. 하지만 거대한 부처의 전략적 운영과 현대적 미디어를 다루는 것은 잘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장관으로서 갖춰야 할 만큼, 당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 능률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친절하게도 내게 하루 더 생각하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물러나는 것이다. 내각에서 일할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

자신의 긍지와 품위를 살리면서 나라를 위한 능력의 한계를 스스로 들춰 시인하고 판단한 인간적 고뇌의 진솔함이 보는 이의 가슴에 와 닿는다.

블레어 총리는 “그가 다시 정부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했고 교원노조는 “비극이다”라며 애석해 했으며, BBC방송은 “정치를 하기엔 너무 훌륭하다”고 보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임후 인터뷰에서 “장관같은 중책은 자신에게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역할이 이 점에서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한 말은 참으로 귀담아 들을만한 ‘장관학’의 잠언이다. 우리들은 비록 이같은 장관을 아직 갖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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