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인식 부족한 공무원들

최근 용인시 구성읍 보정리 일원에서 3만평 규모의 택지개발을 추진중인 S종합건설이 시도한 ‘문화재관리법 피해 가기’는 매장문화재 훼손·파괴의 한 사례다. 9천평 이상의 택지개발시 지표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규정한 문화재관리법을 피하기 위해 22명의 명의로 관할 지자체에 토지분할 승인을 내고 사전 지표조사 없이 공사를 진행하다 주민의 신고로 적발된 경우다. ‘문화재가 묻혀 있다’는 주민의 신고로 뒤늦게 보정리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대량의 구석기유적과 유물이 출토된 것이다.

매장문화재를 경시하는 택지개발 사업자들도 큰 문제지만 공무원들의 인식 및 전문성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여기에 허점투성인 제도, 업자 봐주기식 조사관행 등도 내재돼 있어 매장문화재 훼손이 심히 우려된다.

경기도가 지난 2001년 곤지암에 광주도자기엑스포 단지를 조성하기에 앞서 시굴조사를 실시했을 당시에도 문화재를 경시했었다. 5개 지층에서 보존가치가 큰 대규모 구석기 유물과 유적을 발굴했으나 학계 및 문화재 전문가들의 현장보존 의견을 묵살하고 4개 지층을 주차장 부지로 매몰했다. 문화인프라 건설을 이유로 문화재를 훼손·파괴한 무식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 한해 도내에서 추진된 100여건의 발굴조사중 ‘현장보존’ 판정이 난 곳은 화성 태안3 택지개발지구, 남양주 호평지구, 연천학곡제 개수공사지역 등 3곳 뿐이고 나머지는 기록보존이나 이전복원으로 처리된 것도 ‘뒷거래’ 의혹과 함께 조사자체가 형식적인 통과의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다.

“한 두건도 아니고 수천건이나 되는 발굴·보존사업에 관한 기록이 어디 있나? 청사내 보관할 장소도 없다”는 한 공무원의 말은 바로 경기도 매장문화재 관리 실태의 현주소다. 즉 발굴조사를 관리·감독하는 도 및 시·군의 전문인력과 시설부족, 그리고 형식적인 구제발굴(Salvage excavation)로 매장문화재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다.

‘문화재청 지표조사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개발지 인근에 국가지정 사적 및 유적·유물 등 문화재가 있거나 매장문화재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면 택지 면적에 관계없이 지표조사를 명령할 수 있는데도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모르고 있다니 답답하다. 매장문화재는 국가경쟁력 확보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강력한 규제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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