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선택

淸河

‘어린이 날’을 국어대사전에서는 “어린이를 위하여 정한 날. 3·1 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 정신을 고취하기 위하여, 방정환(方定煥)을 위시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동이 되어 1923년 5월 1일을 어린이 날로 정하였다가 1927년 5월의 첫 일요일로 변경하고, 다시 1946년부터 5월 5일로 정함”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그러니까 어린이 날, 날짜는 세번 바뀐 셈이다. 이 어린이 날이 2003년엔 5월3일 토요일이 어린이 날이 될 것 같다. 정부가 지난 10월 22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한 ‘주5일 근무제 종합지원대책’에 어린이 날을 5월 토요일로 변경할 계획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인건비 상승 등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공공서비스의 유지, 공무원과 학교에는 점진적 도입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은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주5일 근무제 종합대책의 하나로 어린이 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자 청와대(www.cwd.go.kr)와 국회(www.assembly.go.kr) 인터넷 홈페이지에 어린이들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지훈군은 “어린이 날은 선물도 받고 해서 얼마나 기다리는데 대통령 할아버지가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느냐”는 글을 올렸고, 최윤석군은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온갖 힘을 기울여 세우신 어린이 날을 한 순간에 없앤다는 것은 어린이를 무시한다는 뜻”이라고 ‘엄중’항의했다. 장준원군은 “어린이는 어린이의 인권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면서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당장 그 일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어린이마당 홈페이지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항의성 글이다. 곰곰이 읽어보니 모두 옳은 ‘말씀’이다. 어린이 날은 역사적으로도 당연히 5월5일로 지속돼야 한다. 아무래도 ‘대통령 할아버지’가 이번에 만일 어린이들 편에 서지 않으면 두고 두고 원망의 대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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