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후보의 단일화론

노·정 두 후보 단일화와 관련, 더 이상의 연막 피우기 신경전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단일화 논의는 구체적 제의가 있으면 선대위에서 다루는 절차상 문제를 얘기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그동안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후보 사퇴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정몽준 국민21 대통령후보 역시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나의 지지표가 노 후보에게는 가지않지만 노 후보의 지지표는 나에게 온다”면서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으로 후보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결국 그동안의 후보 단일화론에 두 후보는 차마 드러내고 거부를 못했을 뿐, 상대에게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으로 단정된다. 민주당내의 반노·비노측의 후보 단일화 요구에서도 이를 알 수 있었다. 반노·비노측 단일화는 노 후보의 사퇴를 전제한 정 후보로 가닥을 잡은 것이어서 노 후보는 이들의 압박을 배격했다. 그랬던 게 이젠 친노 측에서 경선을 내세워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 후보쪽에서 수용하길 바라기 보다는 단일화 실패 책임을 전가하는 정략적 냄새가 다분하다. 정 후보가 경선을 원하지 않는 것을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강2중의 구도, 즉 이회창 대세론에 2중이 충돌하는 것은 양자 필패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 이른바 후보 단일화다. 그러나 노·정 후보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보인다. 대선이 본격화하면 앞으로 열세를 만회해 막판 뒤집기로 승리를 점 칠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후보 단일화는 민추협 시절의 김영삼, 김대중씨 간에도 실패한 적이 있다. 경선 또한 과거 민자당, 민주당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전철이 있는 마당에서 노·정 두 후보가 협상이든 경선이든 단일화가 성공한다고 보기에는 지극히 어렵다. 문제는 그들의 진심이다. 서로가 상대편의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단일화 협상은 YS·DJ 때 처럼 성공하지 못한다. 동상이몽의 단일화론은 속셈을 감추는 것 밖에 안된다. 그보다는 차라리 당당하게 나오는 것이 후보다운 자세다. 단일화는 하면 하고 말면 말아야 한다. 더 이상 단일화를 둘러싼 언어의 유희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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