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외제승용차

淸河

외래종 가운데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동물과 식물만이 아니다. 승용차, 특히 중고승용차는 더욱 심하다.지난 한해 수입한 외제 승용차 2만대 가운데 중고차가 1천861대다. 올들어서는 5월까지 중고차만 1천242대를 수입했다. 중고 외제승용차를 구입하는 고객층은 주로 30대 전후의 신세대 직장인들이다.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외산 승용차의 새차 값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5천만원을 넘어선다. 5년∼10년 정도된 중고 수입차는 2천만원을 넘지 않아 국내 중형차 가격으로 외제차를 탈 수 있다는 매력이 ‘과시욕’에 들뜬 일부 신세대들을 유혹한다.더구나 국내에 정식 시판되고 있는 외제차들은 차종이 제한된 반면 중고 외제차는 차종 선택의 제한이 없다. 그래서 아직 국내에 시판되지 않은 희귀한 차를 탈 수도 있다. 최근 서울 강남 등지에는 일본 현지에서 들여와 운전대가 오른쪽에 달려있는 일제 스포츠카가 적잖게 눈에 띈다.

문제는 이런 차량 대부분이 불법 수입되거나 환경부 소음·대기배출 가스 기준을 합격하지 못한 불법차량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이 사고를 낼 경우 보험처리나 피해보상이 불가능하다.

외국에서 쓰다 버린 고물 외제승용차 대부분이 차량기준시험 인정서 등을 불법으로 조작, 운행하고 있는 대기오염 주범들이다. 여기에 일부 소비자들의 허영심과 과시욕이 맞물려 수입가에 비해 최고 15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는 등 유통구조에도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더 큰 문제점은 수리다. 아직 국내에 시판되지 않은 차종은 부품이 없어 아예 수리를 포기한다. 오른쪽에 핸들이 달린 일제차의 경우는 안전사고의 위험도 크다. 전조등이 야간에 반대 방향 운전자의 시선을 방해 하는데다 백미러 등을 통한 시야확보가 어려워 앞차를 추월할 때 뒷차가 잘 보이지 않는 등 위험성이 높다.

배출가스와 소음 허용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폐차 직전의 중고 수입차 수천대가 버젓이 한국의 거리를 누비고 있다.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는 고물 외제 승용차 사용은 외국 것이면 무조건 좋다는 허영심이다. 고물 외제승용차가 멋 있기는 커녕 달리는 괴물같아 불안하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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