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에서
白山
오다가 만 가을인가 싶더니, 늦가을은 광교산에 농익어 있다. 활엽수마다 가을이 물들고 산마루에서 본 하늘은 유난히 드높다. 실종된 가을을 찾아 만끽하는 산행에 숨길은 가쁘지만 이래서 역시 산은 좋은 것이다.
광교저수지 입구에서부터 산등에 올랐다. 구릉지대를 지나 한참 가자니 등산복 차림의 한 노인이 집게로 휴지 등을 열심히 찾아 비닐봉지에 담는다. 저런 광교산 지킴이가 있는가 싶어 눈여겨 보고 있는데 같은 8조의 일행이 그 노인에게 박수를 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다다른 형제봉, 한 조의 젊은 친구들이 바위산에 오른다. 수년전 처음 왔을 적에 바위산에 올라봤으므로 힘을 아껴 옆길로 비로봉을 향해 그대로 산을 탄다.
형제봉 내리막 길 가운데 백여계단쯤 되는 나무계단 다리가 시야에 확 들어온다. ?? “전엔 이게 없었는데요?”“만든지 두어달 됐을 겁니다”그는 체격이 왜소한데도 산행의 발걸음이 가벼운 게 보통이 아니다. 답답한듯 되돌아 보면서는 보폭을 조금씩 늘려 보라고 일르기도 한다. 그런데 담뱃불을 당기는 게 아닌가. ‘?’시선을 의식했던지 이내 불을 부벼 끄면서 “산에서는 담배를 조심해야겠죠”하고 혼자말처럼 한다.
또 떨어져 외톨이로 가는데 누군가가 “형제봉이 얼마쯤 남았습니까?”하고 묻는다. “지났는데요…” “그래요? 거기서 만나기로 했는데”낭패란듯이 되돌아서는 그를 보면서 걸음을 재촉하다가 아뿔싸 발이 미끄러지면서 몸이 뒤로 주저 앉는다. 순간 두 손바닥으로 재빨리 땅을 짚어 엉덩방아는 면했지만 오십견이 이십년이나 늦게 온 왼손 어깨가 저려 온다. 그래도 산의 인심은 좋은 것이다. “다친데는 없으신지요?”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물어 계면쩍게 웃으면서 털고 일어선다.
비로봉을 옆으로 하여 갖은 용을 다 써가며 이윽고 다다른 토끼재, 쉬기를 겸해 좀 기다리자니 8조의 최종남, 신선화, 정미정, 주선영기자가 오고, 거구 최원혁기자를 대동한 안광용 편집부장이 보이는 게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다같이 하산길, 거짓말을 보태어 주먹만한 애완견이 토끼재로 오르는 주인따라 껑충껑충 뛰면서 개도 등산을 하는 게 아닌가. 마침내 13번 시내버스 종점지대, 2시간 35분의 산행끝에 우릴 기다리며 취각을 돋우는 고기굽는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지난 토요일 경기일보사 150여명의 사우들이 참가한 사내 등산대회는 이렇게 우의를 다지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