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체감물가와 지수물가

지난 달 경기지역의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평균 3.1% 상승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통계자료를 보면서 일부에서는 개인이 느끼는 물가수준과 차이가 많다고들 한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토대로 임금이나 연금이 결정되는 직장인들로부터 이와 유사한 내용의 전화를 받곤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물가는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소비생활을 하기 위하여 구입하는 상품 가격을 조사하여 전국 또는 특정지역의 물가변동을 측정하기 위하여 작성된다. 여기에는 쌀, 배추, 달걀, 사과 등 식료품 가격뿐만 아니라, 전·월세 등 주거관련 품목, 전기료, 도시가스료, 수도료, 의복비, 병원비, 학원비, 교통요금, 미용료 등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소비하는 모든 품목들의 가격변동이 포함된다. 이들 품목들의 가격을 매월 조사하여 보면 올랐다가 다시 내리거나 내렸다가 오르는 품목이 있는가 하면, 계속 오르거나 내리기만 하는 품목도 있고, 몇 년 동안 가격변동이 없는 품목도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러한 모든 품목의 가격변동을 종합하여 작성한다. 이에 반해 개인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주로 가격이 오른 품목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10월 중 경기지역의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1년 전에 비해 평균 3.1% 올랐다. 이를 품목별로 보면 무, 배추, 밤, 한우쇠갈비, 국산담배, 경유, 택시료 등은 10% 이상 올랐으며, 납입금, 입시학원비, 등유가격도 평균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품목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물가오름세는 매우 크게 느껴질 것이며, 대부분 사람들은 주로 이들 품목의 가격인상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닭고기, 달걀, 도시가스료, 이동전화료, 전기료 등은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내렸으며, 또한 1년 동안 가격변동이 거의 없는 많은 품목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소비자물가지수가 평균 3.1% 상승하였다는 것을 이해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체감물가가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에 비해 높게 느껴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인 것 같다.

정규남(통계청 경기통계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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