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사상 초유의 이 불상사

피의자 구타 사망, 법무부장관·검찰총장 첫 동반 퇴진, 현직검사 독직혐의 영장 청구 등 이 일련의 하나하나가 다 검찰사상 초유의 불상사다.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외풍에 시달려온 검찰이 이번엔 돌발된 내풍으로 흔들리고 있다. 김정길 법무부장관의 사퇴는 이 일이 아니고도 문제가 없지 않았으나, 이명재 검찰총장의 재임 10개월만의 퇴진은 검찰을 위해 불행하다. 검찰상 확립을 위해 나름대로 묵묵히 노력해온 인재를 잃은 것은 대선 등 국가 대사를 앞두고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홍경령 검사도 일말의 동정은 간다.

완전범죄로 은폐될 뻔한 조직폭력배의 살인사건을 3년이나 추적한 끝에 붙잡은 피의자를 수사하다 잘못 숨지게 해 되레 피의자로 전락, 영장이 청구된 것은 젊은 청운의 나이가 아깝다. 그러나 구타 경위가 어떻든 피의자 사망의 중과실에 주임검사의 책임이 면탈될 수 없고, 검찰 총수의 도의적 책임이 불가피한데 우리 모두의 불행이 있다. 검찰은 사상 초유의 모진 이 시련을 강압수사를 근절하는 값비싼 교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임의 진술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강압에 의한 자백은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강압수사에 의한 자백에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은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피고인의 강압 주장보다는 왕왕 검찰의 조서작성 내용에 더 무게를 둔 오래 전 관행의 상존이 없지 않아 고문 또는 학대 등 강압수사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물론 이의 근절을 위해서는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인식 전환과 함께 인력 및 장비, 수사비의 현실화 등 여건의 열악성도 아울러 개선돼야 한다.

어떻든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은 사건 직후 서울고검으로 전보 조치된 전 서울지검 강력부 노상준 부장검사 또한 사표를 내는 등 후유증은 아직도 심각하다. 앞으로 지휘부에 대한 징계나 문책성 전보가 또 있을 것으로 보여 검찰 내부가 당분간 뒤숭숭한 분위기를 면키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때 일수록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검찰총장의 기용이 관심사이긴 하나, 누가 되든 검찰 본연의 자세는 그 주체가 되는 검사들이 먼저 지키고자 하는 비장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오랜 외풍 속에 겪는 내풍의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은 바로 이 길 만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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