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수능의 문제점

재수생이 수능성적을 비관하여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는 평균점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입시기관과 모든 언론의 예측보도와 관련된 것이어서 사회적인 문제점이 있다. 또 다른 불상사가 잇따를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변이 없는 한’작년과 재작년의 중간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7일 가채점 결과 예상을 빗나갔다. 수능점수는 재작년에 전체 수험생 평균 27점 상승했다가 작년에는 66.5점 하락해 널뛰기 한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다음달 2일 발표되는 최종 성적을 지켜봐야 하지만, 난이도 맞추기가 이렇게 힘드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수능난이도 조절 실패의 악몽이 또 다시 가시화된 것이다. 이번에 난이도 조절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고3 재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단국이래 최저라던 지난해 고3보다 더 낮은 학력저하 현상을 출제당국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해 보다 쉽게 출제하겠다던 교육당국의 방침과 다른 것이어서 난이도 실패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수능은 ‘이해찬 1세대’의 한해 후배이자 ‘이해찬 2세대’인 이번 고3학생들에게 ‘1세대’와 같은 분위기가 있는 게 그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고1,2학년은 공부 안하고 노는 시기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문제점은 또 있다. 대부분 학교들이 수시 모집 합격률을 높이려고 많은 학생들에게 ‘수’를 주기 위해 학교 시험 문제를 쉽게 내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력저하는 현행 절대 평가와 수시 모집의 결함이 빚어낸 구조적인 문제다.

그러나 평가원이 올해는 대학들이 일부 영역만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수험생들이 전 영역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1학기 수시합격자들이 수능시험에 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올 수능 난이도는 적정했다고 밝힌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정부가 매년 반복되는 난이도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2005학년 부터는 원점수 대신 수험생의 성취도를 알려주는 표준점수만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임시변통식 같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생과 학교가 만족해하는 백년대계의 수능시험이 언제나 제대로 실시될는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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