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보, 왜 선거법개정 유보하나?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정치관계 개혁입법 중 선거법(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에만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선거법 개정의 골자는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한 것으로 이미 중앙선관위가 그 시안을 제시, 필요성을 강조한바가 있다. 본란 역시 정기국회 폐회 직전까지 선거법 개정을 수차 강조한바가 있다. 선거법 개정은 이번 대선부터 적용돼야 하고, 선거법 개정이야말로 정치개혁의 핵심 과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선거법 개정의 정치개혁을 회피하는 것 밖에 안된다. 대통령 선거를 한번 치르는데 수 조원이 들고, 과열을 부추기는 수백만 군중동원을 일삼음으로써 ‘선거망국’지경의 폐해가 극심했던 것은 이미 뼈아프게 체험한 사실이다. 그래서 돈 덜들고, 차분하면서, 정책판단의 기준을 삼을 수 있는 새로운 대선이 간절히 열망됐고 이에 부응한다고 보는 것이 선거법 개정시안의 골자다.

이에 관련된 신문 및 방송의 합동 광고, 방송연설 횟수 확대, 텔레비전 합동연설회 신설, 정당연설회 및 거리유세, 유급사무원 축소, 정치자금 기부금 공개 등을 둘러싼 정당간의 이견은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시안의 취지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 한나라당이 유지를 주장하는 정당연설회 및 거리유세를 민주당은 전면 폐쇄로 가닥을 잡고, 정치자금 기부자 공개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에 비해 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민주당의 상반된 주장이 이마를 맞대면 합의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이 후보가 이해하기 어려운 유보적 태도를 보여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 측으로부터 마치 정치개혁 의지가 없는 것처럼 공격을 받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선거도 정치다. 정치는 당장 좋은 입장보단, 불리해도 원칙으로 가는 것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12·19대선은 오는 27일부터 22일간의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다. 선거법 개정은 이 후보가 못박은 오는 14일까지 처리하고자 하는 부패방지법,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등과 함께 마음만 먹으면 능히 개정이 가능하다. 선거법 개정의 일방적인 유보 보다는 상대당과 함께 논의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다. 만약 선거법 개정을 계속 거부하여 돈타작 선거, 대군중 동원, 비방선동 등 망국적 현상의 종전 폐해가 되풀이 된다면 이 후보는 이에 면키 어려운 그 책임을 유의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