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이 넉넉해지고 윤택해짐에 따라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가 점차 강렬해지고 있는 가운데 공동주택에서의 생활소음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동주택에서의 소음문제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공청회 등을 통해 ‘공동주택의 소음 규제의 관한 법’제정이 추진되는 등 그동안 논란이 끊이질 않아 왔다.
그러나 ‘이웃간의 정’을 중서해 온 우리 전통문화에 비추어 볼 때 강력한 법적 규제는 오히려 주민들간에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법제화까지는 이르지 못해 온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생활소음이란 현대도시 생활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 밖에 없는 공해중의 하나다. 현행 ‘소음·진동규제법’에서는 소음을 ‘산업단지 기타 환경부령이 정하는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을 제외한 나머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확성기, 공장, 공사장 등에 대해서만 규제 기준을 두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확성기를 옥외 설치할 경우 야간 60㏈, 주간 80㏈을 넘으면 규제한다는 식이다.
따라서 공동주택 뿐만이 아니라 도시인이라면 누구나가 겪어야 하는 일종의 노이로제 증후군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종류의 소음에 대해 일일이 법을 만들어 규제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사실 소음이란 인간이 느끼는 불쾌감과 직결되는 것이니만큼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같은 소리라 해도 사람에 따라서는 참을 수 없는 정도이거나 반대로 기꺼이 들어줄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의 주관적 판단이 강하게 작용하는 일이니만큼 모든 것을 법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 해도 등을 맞대고 살다시피 접해 살고 있는 공동주택에서 아이들이 쿵쾅거리며 뛰노는 소리, 운동기구, 세탁기, 청소기, 오디오 등의 기계소리, 악기연주, 화장실 배수소리, 옆집 부부 싸움하는 소리 등등 끊임없이 반복되는 각종 소음과 진동을 언제까지고 방치할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이에 관련부서인 건교부, 환경부, 규제개혁위원회 등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자칫 법으로만 해결하려 하다보면 이에 따른 분쟁, 소송 등의 부작용도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선진국들도 이 문제를 법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공동생활을 위한 캠페인, 교육, 홍보 등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TV 공익 광고 등을 통해 ‘생활소음공해 예방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는가 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자동차 경적, 공공장소에서의 핸드폰 등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음공해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윤리적, 도적적 문제임을 교육을 통해 꾸준히 주지시키고 있다.
따라서 생활소음문제는 법에 의한 규제 이전에 인간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EU(유럽연합)가 발표한 생활소음 보고서 내용 중 ‘후진국 일수록 규제를 한다’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어쨋거나 정부는 공동주택의 건설단계에서 부터 소음, 진동의 기준을 강화함은 물론 기존의 주택에 대해서도 법제정을 통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공익광고 등을 통한 시민의식 함양에도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주민 스스로 강한 공감대를 형성, 자발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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