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종합운동장 담장헐기

白山

농경사회의 촌가는 대문이라야 싸리문이 고작이었다. 잠금이 따로 없어 아무나 여닫곤 했다. 담장도 낮아 담장 너머로 마당이 다 드러나 보였다. 빗장이 있는 대문은 꽤나 부자집에서만 볼 수 있었다. 이런 집 담장은 으레 사람 키보다 높았다. 산업사회가 되면서는 보통사람의 집 대문도 튼튼해지고 담장이 높아졌다. 특히 도시에서는 더 했다. 담장을 성벽처럼 높이 올린 것으로도 모자라 담장위에 철조망을 두르기도 했다. 병같은 걸 깬 유리조각을 담장위에 총총히 박아 놓은 집도 있었다. 세상이 하도 험하다 보니 안전을 위해 하는 일이라 뭐라 할순 없지만 살벌해 보인 게 썩 좋은 건 아니다.

수원시종합운동장이 담장을 헐어내고 있다. 담장이라고 하여 별 것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헐고 있다. 담장을 헐어낸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인다. 우선 시원해 보이기도 하지만 시각상 정감이 넘친다. 담장 철거를 말하다 보니 대구시의 담장 헐어내기 운동이 생각난다. 대구시는 근래 이를 시민운동으로 벌이면서 담장을 헐어낸 집엔 철거 보상비를 준다고 한다. 위화감보단 일체감, 경계심보단 신뢰성을 살리기 위한 지역 캠페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정보사회 들어서는 각종 방어장치가 발달해서 인지 철조망이나 유리조각 담장은 보기가 어렵긴 하다. 그렇긴 하지만 일반 가정집의 담장을 헐어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취지는 이해할만 하다. 수원시에서는 가정집 담장 헐기는 몰라도 관공서 등 공공단체 건물의 담장 헐기는 한번 생각해볼만 하다. 종합운동장 담장 철거가 이같은 공공단체 건물의 담장 철거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담장은 있어도 낮을수록이 좋고 또 투시될수록이 더 좋다. 일반 가정집 담장 또한 잘사는 외국 사회의 가정집 담장처럼 낮고 투시되는 담장으로 바뀌면 도시환경이 한결 더 밝아질 것이다. 그나저나 종합운동장의 담장이 헐려 좋긴해도 한가지 걱정이 없지않다. 비록 담장은 없애도 경계는 엄연히 있다. 이런데도 경계를 무시하고 문이 아닌 아무 곳이나 마구잡이로 드나들어서는 안된다. 이같은 얌체족이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수원시종합운동장은 곧 스포츠공원이다. 담장없는 스포츠공원을 더욱 아끼고자 하는 시민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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