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효박물관 건립 무산?

경기도가 추진중인 대형 문화사업들이 무산될 처지라니 유감스럽다.사업계획 발표 당시 내용이 그럴 듯 해 기대를 걸었던 만큼 실망도 크다. 막대한 예산이 책정된 사업들이어서 즉흥적 행정이라는 비난도 면키 어렵게 됐다.

‘경기도 문화정체성을 찾고 정신문화를 새롭게 창출한다’며 시작한 실학박물관 건립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학박물관은 1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2001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광주시 퇴촌면 일대에 2만1천174평 규모로 건립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실학박물관 건립 검토 간담회’에서 불가판정을 받았다. 건물은 마련할 수 있지만 유물 확보 부족으로 박물관으로써의 위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연구기능을 우선하고 전시기능을 부수적으로 하는 가칭 ‘기전실학연구원’으로의 변경이다.

‘경기도의 자랑스런 전통가치인 효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선양한다’고 말한 효박물관도 1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2001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화성시 태안읍 송산리 용주사 일대에 3천900평 규모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효박물관 역시 유물확보 및 전시 등의 어려움 때문에 사업을 변경해야 할 상황이다. 당초 계획을 바꿔 전통생활·예절지도 중심의‘효행원’으로 운영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효박물관의 경우 이미 건축설계공모를 통해 사업자가 선정돼 조감도까지 나온 상태여서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용인시 기흥읍 상갈리 3만4천평 부지에 건립할 백남준미술관은 95억원의 예산이 올해 계상과정에서 아예 삭감돼 백지화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민선 2기에 확정된 문화사업들이 추진 도중 표류하고 있는 것은 졸속행정이라는 비난도 그렇거니와 전임 도지사 시절의 사업을 경시한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박물관에서 소장, 전시할 유물은 당장 모아지는 게 아니다. 다각적인 수집과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자료도 박물관에 보관할 유물이 된다. 실학박물관과 효박물관은 준공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내용을 보충하여 당초 목적대로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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