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화답을 기다린다

북측은 핵 문제에 더 이상 시일을 끄는게 무위하다. 중유지원 중단이 결정되고 경수로사업 중단이 검토되고 있다. 북·일 수교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남북관계와 핵 문제의 분리대처 정부 방침 또한 거의 한계에 와 있다. 핵 재처리 등 벼랑끝 전술을 되풀이한다 해도 단계적 경제 제재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객관적 정황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부시의 대북 성명은 한반도 문제를 그래도 전향적으로 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통령 이름의 메시지가 드문 미 행정부의 이같은 이례적 성명은 어느 나라와도 불가침조약을 갖지 않은 백악관으로서는 북의 불가침조약 제의에 대한 화답이다. “미국은 노스 코리아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재확인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아 환영한다.

북측의 선제 공격이 없는한, 미국의 북에 대한 무력행사는 어떤 형태이든 우리도 반대한다. 북은 이라크와는 다르다. 미국의 북에 대한 선제 공격은 한민족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 우리는 북의 핵문제에 처음부터 단계적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무력 도발만은 안된다. 무력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고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중유 지원이 끊기면 전력 생산에 당장 15%의 차질이 생겨 가뜩이나 어려운 에너지난이 가중된다. 650만여 동포가 겪고 있는 식량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가 북에 핵 포기를 촉구하는 것은 미국 일본이나 EU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심지어 중국도 북의 핵무기 보유를 싫어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핵무기를 지니고 있으면 핵무기의 재앙을 자초하는데 있다. 한반도 비핵화선언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북측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으나 핵만 포기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다.

경의선 등 철도 및 육로 등 남북간 교통이 연결되고 있다. 지극히 제한적이나마 DMZ의 지뢰가 반세기만에 제거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핵문제로 남북간에 어려움이 있게 되면 민족이익에 하나도 좋을 게 없다. 남북의 긴장 완화와 함께 교류 협력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핵 폐기를 계기로 하는 미·일 등 관계 정상화로 국제사회에 당당히 나서는 것을 보고 싶다.

우리는 북의 경제 제재를 강하게 촉구하긴 했으나 이로인해 고통받는 게 원하는 본의는 아니다. 이젠 북측에서 화답할 차례다. 좋은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