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괴담

철새괴담

白山

텃새의 대칭이 되는 철새엔 기러기같은 겨울새, 제비 등 여름새와 도요새처럼 지나가는 나그네새가 있다. 겨울새는 112종, 여름새는 64종, 나그네새는 90종 등 모두 266종의 철새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봄 가을의 전환기인 4∼5월과 9∼11월엔 150종 이상의 수백만에 달하는 철새들이 우리나라로 오가거나 통과하곤 한다. 떼를 지어 이동하는 철새는 북으로는 시베리아, 남으로는 호주까지 왕래한다. 수만, 수십만 km에 이르는 거리의 창공을 나는 것이다.

이런 얘기가 있다. 요즘 철새들이 데모를 한다고 한다. 당을 왔다갔다 하는 정치인들을 빗대어 ‘철새’라고 하는데 불만을 품고 항의 시위를 한다는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 날며 서식지를 옮기는 자기들이 어떻게 양지만 찾아 편히 옮기는 변절 정치인들과 감히 비교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절 정치인은 철새라기 보다는 소나 말에 붙어 기생하는 ‘진드기’라고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물론 세간의 호사가들이 지어낸 얘기다.

영국 수상을 두번 지낸 처칠도 당을 두번 옮긴 적이 있다. 보수당에서 하원 의원으로 당선, 정계에 입문했으나 당의 보호관세 정책에 반대하여 탈당하고 자유당으로 옮겼다. 그러다가 1921년 자유당의 대독, 대소정책에 반발, 17년의 자유당 생활을 청산하고 보수당으로 다시 복귀한 것이다. 제2차대전 때 수상을 지내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그의 대독, 대소 강경정책에 힘입은 걸로 평가받는다.

대선은 이합집산의 계절인지 많은 정치인들이 헤쳐 모이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진드기라고 하는 철새들의 항의 괴담이 맞긴 맞다. 그러나 당의 체질이 변질되거나 노선을 함께할 수 없는 정치적 소신이 서면 불가피한 게 또한 탈당이다. 특히 보수와 진보는 한 당에서 양립할 수가 없다. 문제는 이런 노선이나 정책적 판단이 아닌 일신의 안위를 찾아 왔다갔다하는 정치인들에게 있다. 그저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놀음만 벌이는 국회의원들은 그야말로 정치판의 환경 공해품이다.

겨울새인 기러기떼를 가끔 본다. 옆 V자형으로 나는 모양새가 무척 우아하다. ‘금실지락’의 상징이기도 하다. 해서 시가에 흔히 등장한다. 기러기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철새들은 청아하여 오염된 환경을 싫어한다. 감히 정치권의 환경 공해품과 비교할바가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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