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명을 앞두고 있는 고양시가 최근 일산구의 분구안을 놓고 여론 수렴에 나서자 일부 지역 주민들이 경계설정 및 구 명칭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3가지로 요약된다. 분구를 하게 되면 일산신도시에서 제외돼 구도시 지역에 붙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될 경우 자녀들의 학군도 나빠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이름의 ‘일산’지명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분구 추진 배경과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 분구 추진 배경
지난 92년 2월 군에서 시로 승격할 당시 고양시 인구는 24만명이었으나 일산신도시를 비롯한 대단위 택지개발이 잇따르면서 현재는 8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도내 31개 시·군중 3번째로 인구가 많은 기초자치단체가 됐다.
행정구조는 일산구(44만9천명)와 덕양구(37만5천명) 등 2구 체제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1개 일반구당 평균인구가 20만명 이상되면 행정자치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분구할 수 있다. 일산구와 덕양구 둘 다 분구 요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산구는 45만명으로 전국 19개 일반구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다. 오는 2005년 까지 대화 및 가좌지구 1만여 가구에 4만여명이 입주하고 풍동과 일산2택지지구, 탄현 일단의 주택지 조성사업지구, 고양과 일산공단 등에도 수만 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선다. 인구 100만 도시에 걸맞는 행정체제 확충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시는 일산구를 먼저 분구하고 3년 후 인구 100만 도시가 될 때 덕양구 분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인구 및 면적, 도시개발계획 측면 등을 고려해 분구와 관련된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지난달부터 서면 및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는 여론수렴 결과를 토대로 고양시 지명위원회에 구 명칭을 의뢰하고 시의회의 의견청취를 거쳐 행정자치부에 분구를 승인 신청할 예정이다.
◇ 여론조사 결과
시의 1차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1천230여명의 전체 응답자 가운데 67.4%의 주민들이 분구에 찬성하고 32.6%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산구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9.5%가 분구를 반대했다.
한 지역신문이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47.8%가 분구를 찬성하고 34.1%의 주민이 분구를 반대했다. 또 분구한다면 명칭 사용문제에 있어 전체 응답자 가운데 80% 이상이 ‘일산’이라는 명칭 사용을 희망했다.
◇분구를 둘러싼 논쟁
고양시의 공무원 1명당 담당 주민수는 482명으로 전국 시 평균 269명의 2배에 이른다. 시세 규모가 비슷한 성남 수원 부천 보다도 기구와 인력이 적다.
이에 따라 시는 현행 2구 체제로는 질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오는 2005년 까지 2단계에 걸쳐 4구 체제를 갖추려는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우수 전문인력을 확보, 단순 반복업무와 복잡한 업무를 개선하고 필요없는 행정업무를 과감히 철폐, 행정효율성을 증대시키면 구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로 분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다.
특히 분구를 두고 구도시와 인접한 일부 지역(일산3∼4동, 대화동) 주민들이 시장과 지역 출신 지방의원들을 상대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시가 여론조사 당시 밝힌 경계선 대로 분구할 경우 자신들의 마을이 일산신도시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일산’이란 지명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집값 하락 등 재산권 손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 학군 조정으로 명문학교가 밀집한 일산신도시내 학교에 자녀들을 진학시킬 수 없게 될까 불안해 분구하지 말든가, 아니면 자신들의 요구대로 분구해 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토착인들은 ‘일산’지명은 일산1∼2동이 위치한 본일산에서 사용하던 이름이므로 일산1∼4동이 포함되는 지역이 ‘일산구’란 이름을 써야 하며 일부 지역 주민 반발을 피하가기 위해 ‘일산서구’또는 ‘일산동구’식의 지명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 시의 입장 및 전망
이같은 우려에 대해 강현석 시장은 최근 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서한문을 통해 “분구가 되더라도 학군조정은 없고 두 지역 모두 ‘일산’이란 명칭을 사용하면 집값하락과 원거리 통학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무마하고 나섰다.
강 시장은 “분구는 꼭 필요하지만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며 분구와 분구안 등은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시 발전과 주민 편익증진을 위한 분구계획이 오히려 주민들을 양분하고 파문을 일으킨데 대해 실망감과 함께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향후 토론회와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더 실시한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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