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기계

‘하루 평균 6시간 59분 공부, 4시간 24분 여가 활동, 일주일에 10시간30분 인터넷 접속, 월평균 휴대전화 요금 3만1천400원, 가출 충동 경험 79% …’.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발간한 ‘청소년 보호 백서’에 나타난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고교생 중 22%가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에 1분도 안된다는 응답도 있다. 중학생 열명 가운데 1명은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믿지 못한다”고 했다. 음란사이트를 본 적이 있는 초·중·고학생 92%가 접속 장소가 집(가정)이었다. 자녀들이 방에서 음란사이트를 버젓이 볼 정도로 부모들이 무관심했다는 증거다. 가출 이유도 부모와의 갈등(50%)이 가장 많았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의 생활도 불만이 많다. 선생님에 대한 신뢰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아졌다. 교사와의 불신, 지나친 꾸지람, 불필요한 체벌이 70∼80% 였고 특히 수업능력 부족은 81%나 됐다. 중·고생 24%가 “선생님께 들키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수업시간에 잔다”고 답해 교권 붕괴 현상도 나타났다. 이렇게 ‘청소년 보호 백서’에 나타난 청소년 생활상 가운데 아버지와 1분도 대화가 없다는 것은 부모, 특히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다. 문제아가 아니라 ‘문제부(問題父)’인 셈이다.

‘자녀가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자’‘자녀를 칭찬해주는 아버지가 돼라’‘자녀와 집에서 뒹굴고 놀자’‘자녀와 서점·공원·운동장에 1주일에 한번은 가자’‘약속을 지키는 아버지가 되자’‘아버지도 감정을 가진 인간임을 보여주자’‘아버지는 자녀가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는 데 조력자임을 명심하자’ ‘1주일에 한번은 가족의 날로 정하자’‘자녀의 학교에 가보자’‘가족에게 편지를 써보자’‘자녀와 여행하는 아버지가 돼라’‘부모님의 고향을 자녀와 함께 찾아보자’‘교통신호를 지키는 아버지가 되자’. 이것은 ‘좋은 아버지가 되는 열 가지 길’이다. 이 열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 실행하여도 자녀와의 대화는 충분하다. 자녀 키우기는 어머니의 몫만이 아니다. 자녀의 정신 발달을 위해선 아버지의 역할이 어머니의 역할만큼 중요하다. 보통 말하기를 아버지 또는 남편이 ‘돈 버는 기계냐?’고 한다. 아니긴 하지만 만일 기계라고 한다면 ‘생각하는 기계’여야 된다. 그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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