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잉진압 하지마라

한국국민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고, 경찰이 휘두르는 곤봉을 맞고 피흘리는 약한 사람들인가. 여중생을 장갑차로 치어 숨지게 한 미군에게 무죄평결이 내려지자 대학생, 시민단체 회원들이 동두천 캠프케이시 앞에서 항의 및 규탄 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과잉 진압에 시민들이 큰 부상을 입는 불상사가 속출하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캠프케이시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김모씨가 경찰 안전모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졌는가 하면 경찰들과의 심한 몸싸움으로 실신한 4명의 시민이 119 구급차량으로 이송됐다. 여중생 범대위 대표가 검찰 방패에 머리를 맞아 이마가 15cm가량 찢어졌고 취재중인 모 방송 기자 등도 부상을 입었다. 이같은 사태는 우리 땅에서 미군이 사람을 죽여도 무죄가 되는 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본란이 어제 지적한 바와 같이 판사와 변호사, 검사, 배심원 등이 모두 미국사람인 이번 미군 재판은 한마디로 무효다. 마치 공범을 재판하는 격인 사기적인 재판이다. 따라서 미국이 우리 국민을 속인 기만적인 재판에 항의, 시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도 경찰이 과잉단속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경찰이 마치 미국 경찰이거나 미군 헌병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시민들이 폭력을 쓴 것도 아니다. 화염병을 든 것도 아닌데 시위하는 시민들을 경찰이 방패로 찍고 곤봉으로 때리는 무차별 진압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의 과잉 대응은 국민정서에 어긋날 뿐 아니라 반미 감정에도 부채질하는 것이다.

미군 재판이 끝나면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시작하여 미군 기지가 있는 전국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2일에는 범대위 대표단 10여명이 미국 백악관으로 가서 ‘살인 미군 처벌, 부시 대통령 사과와 SOFA 개정’을 요구하는 항의 농성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중생 치사 미군재판은 국민적인 문제인데 경찰이 그 심각성을 모른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경찰은 앞으로 벌어질 여중생치사 총력투쟁대회에 맞서 만일 동두천에서 처럼 과잉 진압을 보인다면 국민적인 지탄을 받을 것이다. 경찰은 국민 보호자이지 국민 구타자가 아니다.각종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어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본분을 잊지 말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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