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어(伯魚)는 공자(孔子)의 아들이다. 백어가 어렸을 때였다.뜰에서 뛰어노는 백어에게 아버지인 공자가 “시경(詩經)을 읽었느냐”고 물었다. 백어가 아직 못 배웠다고 대답하였다. 공자는 “그것을 읽지 않으면 인정과 도리에 통하기 어려워 바르기 살기 힘들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뒤 어느 날 백어가 뜰에서 공자를 뵈었다. 공자는 “예(禮)를 읽었느냐”고 물었다. 백어가 아직 못 배웠다고 하자 공자가 “그걸 모르면 자립할 터전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공자가 뜰에서 아들에게 가르쳤다는 ‘정훈(庭訓)’이라는 말의 유래다.
공자의 제자 진항(陳亢)이 “그대는 혹시 아버님으로부터 남다른 가르침을 받지 않았느냐”고 물었다.백어의 학문이 깊고 인품이 고결해서였다. 백어가 “그런 일이 없다”면서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을 들려 주었다. 백어는 ‘시경’과 ‘예’를 책을 읽고 터득한 것이다. 만일 공자가 다른 교육 방법을 몰래 만들어 자기 아들에게만 가르쳤다면 아마 극심한 이기주의자로 낙인 찍혔을지도 모른다. 공자는 어디까지나 아버지의 위치에 서서 누구나 가야할 배움의 길을 제대로 가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가르침을 가장 자유스럽게 가르쳤다.
한 나라도 크게 보면 하나의 거대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라는 한 가정에는 많은 자녀들이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람의 길을 제대로 가면서 자라고 살아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부모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자녀에게 사랑을 쏟아야 한다.도덕적 신념이 있는 부모와 그 슬하에서 자란 자녀들이 거듭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 나가게 되면 그 집안을 사람들은‘ 가풍(家風)이 있는 집안’이라고 칭송한다. 이렇게 가정교육은 중요하다.
요즘 일부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상상이 안되는 비행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 가정교육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예로 얼마 전 가수 팬클럽 모임에서 여학생 친구를 무자비하게 살해한 10대들의 행동을 보면 그렇다. 죽인 것도 끔찍한데 살해한 친구를 바로 옆방에 방치한 채 사흘간이나 술을 마시고 놀았다니 기가 막힌다. 성악설, 성선설을 논하기 전에 자식의 가정교육을 먼저 떠 올리는 이유는 자녀들의 비행은 부모의 책임과 무관하지 않아서다. 아무래도 어린이들에게 ‘시경’과 ‘예’를 읽혀야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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