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소리도 크게 듣겠습니다’지난날 모 공사 각 지점 입구에 걸어 놓았던 구호다. 서민들은 이 구호에 공감했었다.
지금 연천지역은 국도·지방도는 물론, 마을 곳곳에 정부정책을 규탄하는 구호들을 담은 수백여개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연천이 인구과밀지역이라면 지나가는 개도 웃겠다’거나 ‘가라 군사시설보호법 오라 통일의 중심 연천’등 각양 각색의 구호들은 지역의 아픔을 표현했다.
얼마나 살기 힘들면 현수막까지 내걸고 정부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까지 열어야만 했을까.
수도권정비법의 취지는 수도권 인구 유입을 막기 위한 규제법령이나 연천군은 매년 1천여명씩 줄어 지난 80년대초 7만여명에 가깝던 인구가 이제 5만여명 남짓하다. 사정은 이런데도 정부는 수도권이란 멍에를 씌워 규제법령을 고집하면서 한편으로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 신도시 건설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북한에 개성공업단지를 건설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연천 군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면적의 1.4배에 이르는 광활한 땅에 임진강과 한탄강 등이 풍부한 수자원을 제공하고 있어 잠재력을 갖춘 연천은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개발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는 인구가 줄고 지역이 황폐화돼가고 있는데도 수정법을 폐지하거나 제외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695㎢중 99% 이상이 군사시설보호법에 묶여 있다면 주민들의 불편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규제속에서도 사격장을 확대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모든 정부정책들이 지역을 황폐화시키고 주민들의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
안보논리로 반세기동안 홀대받고 살아온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정부는 작지만 큰 목소리로 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연천=장기현기자 khj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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