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미군 캠프케이시 군사법정에 묻는다. 만약 당신들 딸이 미2사단 공병여단 44대대 소속 장갑차에 치여 숨졌다면 관제병과 운전병의 무죄에 승복하겠는가를, 그러지 못할 것이다. 설마 일부러 치어 죽였다고는 믿고싶지 않다. 통신장비가 고장이 났건 안났건 간에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기 보다는 과실이었을 것으로 안다.
어떻든 여중생 2명이 치여 죽었다. 재판대로라면 죽은 자만 있고 죽이거나 죽게한 자는 없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뛰어들어 자살이라도 했단 말인가, 절대로 그렇진 않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다. 재판놀음은 죽음의 결과만 있고 고의든 과실이든 죽음에 이르게한 그 원인은 없다. 이건 대륙법과 영미법의 차이가 아니다. 법과 진실의 자의적 왜곡이다. 이런 재판도 재판인가 거듭 묻는다.
일제 식민지 시절에도 이같은 엉터리 재판은 없었다. 무슨 권리로 미군 법정이 이토록 우리의 인권을 짓이기는지 다시 묻는다. 인종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다. 당신들이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우습게 본다면 우리 또한 양키를 우습게 본다. 초강대국의 오만이라면 약소국 역시 그 오만을 꺾을 수 없는 게 아니다. 미군은 우릴 돕기위해 와 있기도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자국의 국익을 위해 와 있는 것이다. 미처 꽃봉오리를 피지도 못한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참담하게 죽은 여중생들 유족이나 한국인들이 그같은 재판에 연일 분노를 분출하며 벌이는 대규모 시위는 지극히 마땅하다. 우리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 위한 재판권 이양 요구 또한 당연한 자위적 조치다.
그러나 한미행협(SOFA)이 그렇게 안돼 있어 불가하다면 할 말이 있다. 비록 잘못된 재판이지만 미군사법정을 존중해야 한다면 역시 할 말이 있다. 더는 이런 불행한 인간성 모독의 재판이 있어서는 안된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현저히 불평등한 SOFA를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 미군의 공무상 사고도 한국법정이 재판하도록 해야한다. 유례없이 불평등한 내용의 SOFA로 우리가 더 모독당할 이유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친미도 반미도 아니다. 다만 전통적 우방이다. 문제의 재판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발은 물론 반미시위가 아니다. 잘못된 결과를 지탄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장기화하면 반미감정으로 번질 우려는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돌아간다. 한국인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지금이라도 SOFA를 개정하는데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SOFA의 굴욕적 조항을 철폐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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