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사회에선 인간이 당초엔 음식을 생식하다가 불을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걸로 짐작된다. 처음 불을 이용하는 방법은 구워 먹는 거 였을 것이다. 통닭 구이처럼 불을 피워 직접 굽다가 볶아 먹는건 한참 뒤인 토기를 발명하고나서 였을 것이다. 어쩜 그 이전에도 엷은 돌판 같은 것을 이용에 볶았을 지도 모른다. 그 무렵은 양념이 없었을 테니 갖가지 양념을 함께 하여 굽거나 볶는 것은 인류가 꽤 발달하고 나서 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든 음식을 삶거나 쪄서 먹는 건 꽤 고차원의 기술이다. 굽는 것을 1차적 발달, 볶는 것을 2차적 발달이라고 한다면 삶거나 찌는 건 3차원적 발달이라 할 수가 있다.
음식을 삶거나 쪄서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흥미를 끈다. 미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뉴욕시 마운트 시나이병원의 블라사라박사 연구보고서가 이런 내용이라고 전한다. 즉 굽거나 볶는 것은 갑자기 고온을 가하므로 단백질·지방·당분이 상호작용에 의해 포도당화 생성물질(AGE)이라는 독성물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AGE가 체내에 계속 쌓이면 면역체계에 염증을 유발, 혈관에 손상을 일으키고 특히 당뇨병 환자에겐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삶거나 찌는 것은 아주 저온에서 서서히 가열되고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조리되기 때문에 극히 미량의 AGE가 나와 무해하다고 연구보고서는 밝혔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조리법은 참으로 과학적이고 위생적이다. 서구의 음식이 대부분 굽고 중국의 음식은 볶는 것인데 비해, 우리의 전통 음식은 삶거나 찌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끓이는 탕음식은 우리 음식문화의 대표작이다. 어떻든 우리의 조상들은 전래음식 거의를 삶지 않으면 찌는 좋은 조리법을 일찍이 개발했던 것이다.
흔히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는 연유로 탕문화를 들기는 한다. 국, 찌개 등 먹다 남는 이밖의 갖가지 탕음식 때문이라고 하지만 음식 쓰레기는 우리가 작심만하면 줄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 국립과학원 회보는 미국에서 권위를 과시하는 학술 전문지다. 삶거나 쪄서 먹는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에 자긍심이 인정된 사실이 무척 기쁘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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