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강의를 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것이 바로 학생들의 수동적으로 강의에 임하는 자세이다. 이러한 자세를 개선해보고자 늘 첫 시간에는 학문에 있어서 교수의 역할이 트레이너임을 강조하곤 한다. 즉 주어진 강의시간에는 학생들자신이 능동적으로 학문활동을 하는 것이고, 강사는 학생들의 문제의 접근능력과 해결능력의 향상을 위해 지도한다는 방침을 세운다. 그런데 이러한 낯선 학문방식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그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 결국은 강사인 내가 일방적인 정보전달과 문제의 접근방법등 모든 문제를 직접 강의하게 된다.
이는 우리사회의 형성된 학문에 대한 사고방식의 폐단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방식의 형성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학문에 대한 우리의 언어습관이 아닌가 한다.
언어는 그 사회 의식구조의 산물이고 또 장차 그 사회의 의식구조를 지배해 나아가는 상호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독일과 한국의 언어의 차이와 그에서 비롯되는 학문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그룬트슐레(초등학교에 해당)에서 김나지움(고등학교에 해당)까지는 Lernen(배우다)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대학에서는 Studieren(연구하다 또는 탐구하다)이라는 용어를 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배운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러한 언어의 차이는 결국 대학의 학문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하겠다.
독일의 대학, 특히 법학과에서의 강의는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듣는 것이고, 사건풀이와 세미나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사건풀이는 체계적 논리구성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이 과정이 법학과의 중심 커리큘럼을 차지하고 있다. 이 문제풀이방식의 학사운영은 “탐구하다”라는 의미에 걸맞게 학생들의 능동적인 학문활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반면에 “배운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학사제도는 강의중심의 학문활동의 반영이 아닌가 한다. 이 “배운다”라는 학문자세는 은연중에 대학에서 학문의 방법론을 지배하여 결국 피동적인 이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피동적 사고방식에 길들여진 사회에서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강사로부터 학문의 모든 정보를 제공해주고, 분석해주고, 결론과 심지어 모범답안까지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들이 “배우러” 왔기때문인 것이다. 이제는 대학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이 변화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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