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구도의 대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와 가진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 앞섬으로써 단일후보로 확정되었다. 지난 22일 단일화에 전격 합의, TV토론을 실시한데 이은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에 비하여 46.8%대 42.2%로 4.6%포인트 우세하게 나타나 양당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단일후보로 확정지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여론조사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대국민 약속을 한 후보단일화 합의를 지킨 정몽준 후보의 결단은 찬사를 보낼만 하나 문제가 없지않다.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을 가진 정당이 단 한차례의 TV토론과 여론조사라는 방식을 통해 특정후보의 당선을 저지키 위해 후보를 단일화한다는 정치적 발상은 야합이란 비판이 아무래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치사는 물론 세계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는 정치게임이지만 일단 게임규칙(rule of game)을 정하고 이를 상호 존중하여 단일후보를 결정하였다는 것은 다만 정치인에 대한 신뢰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수긍할만 하다.

이제 내일이면 오는 12월19일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이 후보 등록을 하여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수명의 군소정당 후보의 등록도 예상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간의 양강에 의한 선거구도로 압축되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대통령 선거가 3자 대결 또는 제3의 후보가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양강구도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유권자나 정치발전의 입장에서 보면 양강구도는 선택 폭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두 후보는 금년 봄에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부터 수많은 정책을 제시하여 상당 부분 검증을 받았으며, 또한 앞으로 있을 합동토론 등에서 더욱 분명하게 정책과 이념적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이는 장기적 차원에서 한국정치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또한 정책정당화를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21세기의 한국을 이끌어갈 첫번째 지도자를 선출하는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선거보다도 공명정대하게 실시되어야 하며, 특히 이런 책임은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와 양당에 달려있다. 상호비방과 흑색선전보다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모범적 선거를 치르기를 거듭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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