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철새들 살리는 길

몽골이나 시베리아 지역의 추위를 피해 한반도를 찾은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50호) 등 국제 보호조류들이 임진강 일대에서 죽어가고 있다. 독수리의 경우 2000년에 20마리가 죽은 데 이어 지난해 9마리가 죽고 9마리가 중태에 빠진 사례가 발생했었다. 올해도 벌써 비무장지대 대성동 자유의 마을 앞 들녘에서 독수리 6마리가 죽고 6마리가 중태에 빠졌다.

지난해 폐사된 독수리 9마리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부검한 결과 농약을 먹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정된 바 있어 올해도 농약이 묻은 곡식을 먹고 죽은 조류를 독수리가 다시 먹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독수리가 죽은 짐승의 고기를 먹는 것을 밀렵꾼들이 알고 겨울철새인 쇠기러기나 청둥오리, 비오리 등을 잡는 미끼에 맹독성 농약을 묻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곳곳에서 행해지는 도로공사 등 각종 개발은 겨울철새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일이다.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일대는 지난해 봄부터 4차로 도로공사가 시작되면서 매년 이곳을 찾던 독수리들이 보이지 않고, 올들어 경의선 철도와 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도라산 일대에 서식하던 두루미와 재두루미도 자취를 감췄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개리(천연기념물 325호)는 탄현면 성동리 오두산 전망대 일대를 주요 서식처로 삼았지만 2,3년 사이 관광용 시설물이 설치되고 골재 채취가 행해지면서 보이지 않는다.

한국 자연정보연구원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올해 파주시 임진강변 일대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각각 500여마리, 고니 300여마리, 개리 500여마리가 월동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양주군 은현면 우남2리 구미마을 농가주변에 대머리독수리 300여마리가 출현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수천km를 날아 찾아온 희귀조류들이 한반도에서 굶어 죽는다면 한국의 책임이 없다할 수 없다. 철새들이 서식지 파괴로 굶어죽거나 독극물로 인해 한반도에서 최후를 맞이한다면 안타까운 노릇이다. 파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매년 돼지와 닭, 곡식을 먹이로 제공하고 있지만 서식지가 파괴돼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 겨울철새들에겐 항구적인 보호대책이 될 수 없다. 서식지 보호는 물론 독극물을 사용하는 밀렵을 중지하고, 각종 개발시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는 것만이 임진강을 찾아오는 철새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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