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헌 담합인가?

‘노무현’ 대 ‘정몽준’,‘ 정몽준’ 대 ‘노무현’의 단일화 여론 조사에서 만일 ‘노무현’이 패배했다면 지금의 ‘정몽준’처럼 후보 등록을 정말 포기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러나 가정은 부질 없고, 지난 일의 가정은 부질 없긴 하지만 앞으로의 일에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후보에게 요구하는 담보엔 전혀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정 대표의 입장에선 대선이 끝나면 노 후보에게 효용가치가 없는 한시성 시효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이지만 이 역시 부질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장은 노 후보가 다급한 김에 정 대표의 요구를 2004년 개헌 시한까지 들어 주어도 그의 당락간에 실현될 것으로 믿을 사람은 있을 것 같지 않다. 대선에 개헌을 빌미로 삼은 공조 실패는 이미 ‘DJP내각제’에서 입증됐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어떻게 공조하든 그것은 그들의 정치적 자유다. 그러나 몇몇 정치인의 입장에서 개헌이 거론돼선 공론화가 불가능하며, 공론화되지 않은 개헌은 이 역시 불가능하다.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막는다는 개헌 취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내용이 아니나 명분이다. 정 대표의 개헌 요구에 명분이 있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물론 정 대표의 처지엔 이해가 간다. 불과 차이가 얼마되지 않은 여론조사 게임 끝에 그로서는 억울하게 대통령 후보의 꿈을 접었다. 자신의 입지와 당의 진로가 염려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원내에 교섭단체도 갖지 못한 정당 및 대표가 태풍 일과 후의 대선 후에도 여론의 조명을 받기는 고사하고 정치적 명맥이 살아 남을지 심히 걱정할만 한 것은 맞다. 정 대표가 겪는 오늘의 원천적 고민은 공조가 불가능한 약속을 한데 있다. 노 후보와 정견이 서로 달라도 한참 상반된 정 대표가 무슨 말로 노 후보를 지원한다는 것인지 향후가 주목된다.

합동공약을 위한 정책조율을 한다지만 조율에도 한계가 있다. 또 선거운동에 공조를 한다 하여도 국민통합21이나 정 대표의 지원 성의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할 수가 있다. 대선 때만 되면 선거 담합용으로 으레 개헌을 미끼 삼는 것은 순전히 선거 편의적 발상이다. 정파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 합의가 돌출하는 것은 헌정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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