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단말기

“?”갑자기 의심이 든 승용차 운전자는 자동세차를 하는 동안의 단 몇분이 지루했다. 이미 자동세차장 안에 차를 몰고 들어선 뒤여서 빨리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차체에 물길이 뿜고 물젖은 여러 갈래의 천바닥이 차체를 요란스레 때리는 가운데 서서히 움직인 승용차가 이윽고 빠져 나오자 주유소 직원으로부터 신용카드를 챙겼으나 찜찜했다.

자동세차장 안에서 갑자기 한번 든 의심을 지우기엔 시간이 벌써 한참 지났기 때문이다. “복제하는데 1분이면 충분하다던데…그래도 설마 그랬을라구?”운전자는 스스로 이렇게 불안한 맘을 달래며 주유소를 떠났다면서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주유소에서 손님에게 받은 신용카드를 불법복제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그런 불안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신용카드는 신용사회를 주도한다. 참으로 편리한 게 신용카드다. 그런데도 잘못 쓰고 범죄에 쓰고하여 불신카드가 되고 불신사회를 만들어 문제가 되곤한다. 이런 가운데 신용카드를 안심하게 쓸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대체로 주유소서 차체에 기름을 넣고나면 손님은 차안에 그대로 앉아 있는 채 신용카드를 주유원에게 내준다. 지극히 드물긴 하지만 불법복제는 이렇게 신용카드를 내맡긴 틈새에 이루어진다.

손님들은 더러 미심쩍어 하면서도 설마 무슨일이 있겠나 싶어 주유소 사무실 창구까지 직접 가는 것을 귀찮게 여기기가 일쑤인 것이다. 이런 고객들에게 마음 놓고 신용카드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곧 서비스다. 주유원이 손님의 신용카드를 갖고 사무실로 갈 것이 아니라, 사무실의 단말기를 차에 있는 손님 앞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손님이 보는데 앞에서 신용카드를 단말기에 입력하면 카드매출전표에 서명하는 고객이 조금도 불안할 리가 없다.

이러한 서비스는 신용사회 거래를 한결 밝게 하기도 하지만 상술로도 유용하다. 만일 신용카드 단말기를 손님 앞으로 가져오는 주유소가 생기면 잘은 몰라도 매출액이 훨씬 더 오를 것이다. 주유소만은 아니다. 무슨 업종이든 신용사회가 발달된 외국에서는 고객의 신용카드를 들고 가는 게 아니고 업소의 단말기를 고객 앞으로 들고 오는 것이 보편화 돼 있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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