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왜냐하면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 공조약속은 당초부터 의문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단일화 패배 이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요구했다. 노 후보 진영에서 이의 수용 의사를 밝혀 명예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북정책 등 정책의 조율화 없이는 공동유세에 나서기가 어렵다고 한다. 노 후보측은 이에 아무 말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굳이 정 대표의 지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다가, 요구하는 것마다 다 받아 들여서는 끝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통합21 두 당의 대선 공조 여부는 순전히 두 당이 알아서 할 문제다. 그러나 만약 정 대표의 생각이 노 후보가 당선됐을 때 공동정부의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무리다. 정 대표의 지분권 요구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실현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 만약 단일화에 패배해도 이를 기대할 것으로 알았다면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당초의 약속대로라면 정 대표가 지금쯤은 노 후보의 선대위원장이 됐어야 한다. 하지만 정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꼭 맡을 마음도 있지 않은데다가 민주당 역시 선대위원장 자리를 주고싶은 마음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절충이 됐지만 이 역시 어정쩡한 관계가 됐다. 대통령을 하겠노라고 나섰다가 아까운 정치인이 일순간에 우습게 전락해 버리는 예를 많이 보아왔다. 정 대표의 입장이 바로 이러한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 대표가 민주당에 협력할 마음이 정 내키지 않으면 정치도의로 보아 그만 두어도 크게 힐난 받을 것 같진 않다. 단일화에 승복한 것만으로도 협상의 약속을 이행했다 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자꾸 이런 것 저런 것을 더 요구하면서 시일을 끄는 것은 오히려 이미지상 좋지 않다. 공조가 어렵지만 그래도 같이 가겠다면 그건 정 대표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더 이상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위하다. 정 대표에겐 결단이 요구되고 결단은 빠를 수록이 좋을 것이다. 정 대표의 단일화 협상은 이질형 혼합의 공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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