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개정을 언급한 것은 매우 타당하다. 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통치자의 입장에서 여러가지로 고려할 점이 있었을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이라도 개정의 의지를 밝힌 것은 평가할만 하다.
미국은 SOFA가 일본이나 독일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재개정의 필요가 절실한 것은 우리 때문이 아니고 바로 미국의 책임임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내각은 이번 주에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SOFA 개정을 초미의 의제로 삼아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는 막중한 책임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당초에 가해 미군들이 미군사법원 무죄평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반미는 아니나 자칫 반미 감정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한 바가 있고, 지금이 곧 그같은 우려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SOFA 개정의 필요성을 천명한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사회정서로 인해 한·미관계가 더 악화돼선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아진다. 우리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간접사과가 미흡하다고 밝힌바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그같은 사과가 진심이었다면 한국 대통령의 SOFA 개정 천명에 화답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어 기대하고자 한다.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 및 대비책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한·미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두 나라의 국익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또 여기서 여러 시민단체의 항의 시위가 조금은 절제 되기를 바라고 싶다. 부시의 간접사과, 김 대통령의 SOFA 개정 언급이 나오기 까지는 시민단체의 시위가 영향을 미친 절대적 노력은 충분히 인정한다. 또 당장 시위를 그만 둘 수 없는 것도 능히 이해한다. 그러나 예컨대 더 이상 미군 영내 진입 등 과격 시위는 자제하면서 SOFA 개정의 추이를 지켜 보길 권하고 싶다.
정치권에도 할 말은 있다. 여중생 사망사건 및 SOFA 개정을 행여 반미감정으로 부추기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님을 경고하면서 국익차원의 대처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내각은 대통령의 의지가 지시로 끝나지 않는 좋은 유종의 미가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길 거듭 당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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